제82화

화려한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 저녁, 강주시 거리엔 서서히 밤의 기운이 깔려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버텨온 진태하의 배는 마침내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베개 옆에 두었던 구식 핸드폰이 투박한 벨 소리를 내며 울려 퍼졌다. 전화의 주인은 안성재였다. 지금쯤이면 슬슬 저녁 식사를 마쳤을 시간이라 이 시각에 그가 전화를 걸어온 이유는, 십중팔구 ‘한잔하자’는 말일 것이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진태하는 의례적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핸드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안성재의 능글맞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 지금 향연에서 룸 하나 잡아놨어. 형이랑 한잔하고 싶어서.” 진태하가 대답도 하기 전에 그는 잽싸게 말을 이었다. “형, 지금 어디야? 내가 우리 집사람 보내서 데리러 갈게...” 진태하는 손사래를 치듯 빠르게 거절했다.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돼. 그냥 근처에서 대충 먹고 말지 뭐.”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괜히 체력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성재는 단호했다. “안 되지! 나 겨우 시간 내서 강주에 온 건데, 형이랑 제대로 술 한 잔도 못 하고 가면 섭섭하잖아. 그리고...”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은밀하게 덧붙였다. “형한테 알려줄 중요한 소식이 있어.” “무슨 중요한 소식?” 진태하가 미간을 좁히며 되묻자 안성재는 일부러 비밀스러운 어조를 흘렸다. “일단 형이 어디 있는지부터 말해. 가서 직접 말해줄게.” 진태하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결국 현재 위치를 알려주며 단호하게 당부했다. “데리러 오게 하진 마. 내가 직접 차 타고 갈 테니까. 요즘 너희들 때문에 내 신분이 들통날 지경이야...” 그가 굳이 정체를 숨기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그건 바로 이씨 가문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과거 진태하는 수많은 암살 작전에 투입된 전력이 있었다. 그가 손을 댄 대상은 대부분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범죄 조직의 수괴들이었고 비록 대부분의 작전이 해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