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여보, 뭐 해? 어서 태하 형한테 인사드려야지!”
신이 나서 소개를 이어가던 안성재는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유정연을 보곤 이내 눈썹을 찌푸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정연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진태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제수씨. 하음 씨 가족에게 베풀어 주신 도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뜻밖의 공손한 인사에 유정연은 당황한 얼굴로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너무 과찬이세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정연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어지러웠다. 전날 밤, 남편에게 무심한 듯 진태하에 대해 몇 가지를 물어봤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유정연은 전날 밤 남편에게 그가 어쩌다 진태하와 알게 되었는지, 그들의 관계는 어떤지 슬쩍 떠보듯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들은 이야기가 지금도 뇌리를 맴돌고 있었다.
수년 전, 안씨 가문을 몰락 직전에서 구해낸 구세주가 바로 눈앞의 이 청년이었다. 그때, 안씨 가문이 직면했던 상대는 국제적으로도 악명이 높던 적대 세력이었고 그런 존재를 순식간에 제거한 사람이 바로 진태하였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안씨 가문은 이미 지도에서 사라졌을 것이고 지금의 용진 그룹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진태하는 겨우 스물세, 스물네 살 정도로밖에 안 보였다.
‘그때가 6년 전이였고 그렇다면 그때의 진태하는 겨우 열일곱, 혹은 열여덟에 그 일을 해낸 것인가?’
순간, 유정연은 입안이 바싹 말라 침을 꿀꺽 삼키며 눈앞의 남자가 자기 상상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임을 깨달았다.
“자, 이제 위층으로 올라가자. 음식 식겠어.”
안성재는 유정연에게 먼저 올라가라 손짓하곤 자연스럽게 진태하의 옆에 바짝 붙었다.
“형, 몸은 좀 괜찮아?”
걱정과 존경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그가 아침 일찍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시체가 모두 치워진 뒤였다. 오랜만의 재회에 술이 과했던 탓에, 그는 그 자리에서 곯아떨어졌고 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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