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이하음은 진태하를 침대에서 자게 할까 말까 고민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스스럼없을 정도로 가까운 건 아니지만 진태하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했다.
게다가 진태하는 그녀의 약혼자라 함께 자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이하음은 결국 포기했다. 진태하가 그녀를 쉬운 여자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침대에 앉아 다시 주설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설아야, 태하 씨의 복근이 얼마나 완벽한지 넌 절대 상상도 못 할 거야.]
[안 믿어. 사진 보내줘 봐.]
[싫어. 내 남자야. 보고 싶으면 너도 남자 만나.]
[우리가 그런 사이밖에 안 돼? 그리고 내가 복근만 보겠다고 했지, 자겠다는 건 아니잖아.]
[퉤퉤퉤, 복근도 안 돼.]
[나에 대한 사랑이 식은 거야?]
[왜 이렇게 오버야?]
이하음이 이 문자를 보내자마자 밖에 천둥이 쳤다.
[천둥 쳤어.]
[천둥 쳤어.]
두 사람이 동시에 문자를 보냈다. 이어서 천둥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방 안의 불빛이 깜빡거리다가 꺼져버렸다.
자려고 눈을 감고 있던 진태하가 갑자기 눈을 떴다.
가을이라 천둥이 치면서 비가 오는 건 아주 드물었다. 게다가 비가 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었다.
설령 날씨가 갑작스럽게 변한다 해도 천둥이 이렇게 연이어 치진 않을 것이다.
혹시...
진태하는 날렵하게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세 걸음 만에 창가로 다가갔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보랏빛 번개로 뒤덮여 있었다.
이 기이한 날씨는 평범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진태하가 창틀의 난간을 꽉 잡은 채 붉어진 눈으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스승님, 혹시 스승님이십니까?”
스승은 도인이었고 수련을 통해 승천할 경지에 이르렀다.
지구의 영기는 이미 고갈된 지 오래였고 스승은 수명이 다하기 직전에 마침내 승천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각 경남시의 한 깊은 산속, 거대한 성채가 자리 잡고 있었고 주변에 중무장한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성채 위로 복잡한 문양의 진법이 떠올랐다. 진법이 천천히 회전하더니 이내 금이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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