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8장 해결 방법이 없어
민서희는 몸에 한기가 서렸다.
한 사람의 의식을 전부 무너뜨리고 통제하다니? 이건 너무 참혹스러운 거잖아. 그 사람의 의식을 무너뜨리게 되면 산송장이랑 뭐가 달라?
“근데 공교롭게도...”
서이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나하고 같은 한국인이야.”
민서흰느 가슴이 철렁했다.
“뭐라고요?”
놀라움보다 두려움이 먼저 밀려온 민서희는 이를 악물고 따져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그 사람이 진시호를 최면한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어쩌면 진동연 씨도 같은 방법으로 통제를 당해 심란연 씨하고 결혼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미안해.”
민서희의 절박한 물음에 서이준은 어쩔 방법이 없었다.
“나도 몰라. 연구소의 배신자라 이름을 꺼내는 것만도 금기였어. 나도 교수님이 술에 취해서 하는 말들을 듣게 된 거야.”
민서희는 막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숙인 채 한사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그녀가 물었다.
“그 최면을 깨울 방법이 있어요?”
서이준의 대답은 여전히 실망뿐이었다.
“없어.”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말을 덧붙였다.
“다른 최면과 달리 절차가 상당히 복잡해. 약물을 병행해야 성공하기 쉬워. 더군다나 몸과 정신이 모두 무너질 때가 절호의 기회이고 말이야.”
“그래서 최면에 걸린 사람을 깨울 방법이 없어. 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수술 한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야.”
눈빛을 아래로 떨구고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민서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섬뜩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흉악스러운 물건이 이토록 가까이 있었다니? 지금은 진시호거나 진동연일 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박지환한테...
박지환을 떠올리자 민서희는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그가 요즘... 몸과 정신이 파괴를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서희야.”
민서희는 온몸이 굳어있자 서이준은 그런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
“그런 최면은 성공할 확률이 적어. 게다가 내가 옆에 있는 한 누구도 너한테 손을 대지 못할 거야.”
“고마워요.”
민서희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교수님한테 연락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물어봐볼게. 국내에 그런 최면을 당한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면 교수님도 흔쾌히 자료를 넘겨주실 거야.”
민서희는 얼떨결에 눈을 번쩍 뜨고 있었다.
“정말이에요?”
서이준은 진심 어린 말투로 답해주었다.
“정말로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런 사람은 위험한 인물이라 마음대로 거리를 누비게 내버려둬서는 안 되잖아.”
“그 사람의 신분을 알아내면 상황에 일말의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마워요.”
목소리가 극히 낮은 민서희는 눈가에 확고한 빛이 맺혔다.
“심란연 씨가 진동연 씨를 진심으로 해치려는 게 아닌 이상 우리한테는 아직 시간이 있어요.”
서이준은 외투를 벗어 민서희에게 걸쳐주며 뻣뻣한 몸을 녹여주고 있었다.
“참.”
민서희는 무언가가 불쑥 떠올랐다.
“근데 동진에서 저한테 벌어진 일들을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소문이 거기까지 퍼졌을 리가 없잖아요.”
“누군가 닉네임으로 나한테 이메일을 보내왔어. 너 모르게 박지환이 호진은과 밀회를 하는 장면을 네가 목격했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네가 상처를 받은 게 아닐까 해서 막 달려왔지. 혹시 네 친구 아닐까?”
“친구요?”
민서희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동진에 유일한 친구가 청아예요. 근데 청아는 동진을 떠난 지도 오래고 이준 씨한테 연락할 사람도 아니고요.”
“그럼 어떻게...”
서이준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옆에서 누군가가 터벅터벅 걸어와 주먹을 불끈 쥐고 그를 내동댕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