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8장 진동연은 최면에 걸린 것 같지가 않다
“서희야, 무슨 일이야?”
차에서 내린 서이준은 박지환이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박지환이 왔다 바로 떠나간 것도 의외이긴 하지만 방금 그들의 분위기가 심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민서희는 마음을 추스르려 눈을 감았더니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준 씨, 박지환 씨가 이준 씨하고 같이 떠나래요.”
“뭐?”
서이준은 당혹스러웠다.
“박지환이 정말 그런 말을 했다고?”
민서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기 옆에 있으면 언젠가는 나를 해칠 수 있을 테니 절대 그렇게 상황이 흘러가게 내버려둘 수 없다며 나더러 떠나래요.”
서이준도 따라서 이마를 찌푸렸다. 박지환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데 정말 그런 말을 내뱉은 거라면 엄청난 희생이잖아?
박지환은 절대 민서희를 밀어낼 사람이 아니니... 설마...
곰곰이 생각해 봐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 서이준은 박지환이 왜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지 의아했다.
“바람도 세게 부는데 일단 차에 올라서 얘기하자.”
“알겠어요.”
차에 오른 민서희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봤던 박지환의 퇴폐적이고 자괴감이 가득한 모습은 어젯밤 진동연이 말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고 그런 상황을 노리고 누군가가 손을 쓰려면 아주 손쉬운 일일 테니 말이다. 특히 호진은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녀를 떠올리니 민서희는 몸이 뻣뻣해졌다.
옆에 있던 서이준은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서희야, 진정해.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박지환이 아직도 널 마음속에 품고 있는 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내일이면 만날 수 있잖아? 그때 잘 얘기해 봐.”
그리고 내일 그도 박지환이 진심인 건지 위장인 건지 똑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그래요. 내일은 진동연하고 심란연의 결혼식이잖아요.”
민서희는 눈빛이 재차 어두워졌다.
“청아가 결혼을 망치려고 온갖 수를 다 썼었는데 결국은 무용지물이 돼버렸어요. 진동연 씨가 끝내는 심란연하고 결혼을 하네요.”
“진동연 말이야.”
서이준은 불쑥 말을 얹었다.
“서희야, 그 사람 최면에 걸린 거 맞아?”
민서희는 의문이 들었다.
“왜요?”
“아니, 그 사람은 내가 여태껏 본 사람들 중에 계략을 손아귀에 쥐고 잘 짜는 똑똑하기 그지없는 분인 것 같아. 그런 사람이 함정에 빠질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서이준은 눈빛이 복잡해졌다.
“게다가 최면을 하려고 해도 절차가 번거롭고 약물도 함께 병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과 정신력을 한꺼번에 간파해야 되는 어려운 기술이야. 근데 진동연의 그 눈빛은 전혀 정신력이 박탈당한 사람처럼 안 보였어.”
서이준의 말에 진동연의 이상한 행동들을 떠올리게 된 민서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근데 진동연 씨가 최면을 당한 게 아닌데도 청아를 물리치고 심란연과 결혼을 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두 사람은 막막해졌다.
저녁에 호텔에 도착하자 오랫동안 고요해 있던 민서희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장청아가 흥분에 겨운 어조로 물었다.
“서희야, 잘 지내고 있어?”
기분이 좋으면서도 민서희는 의아해졌다. 전화가 걸려 온 시간이 너무나 때마침이었으니 말이다.
“청아야, 왜 갑자기 전화한 거야?”
장청아는 자신의 길고 가느린 다리를 흔들먹거리고 있었다.
“기분도 풀 겸 해남으로 여행을 왔는데 너한테 안부 전화는 해야 될 것 같아서 그랬지.”
“혹시 내 생각 전혀 하지 않은 거야? 제대로 말해!”
갑작스런 질문에 민서희는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그럴 리가. 엄청 걱정했었어.”
“거짓말! 그런데 왜 빈영을 통해서 내 안부도 묻지 않은 거야? 내가 빈영한테 네 연락처를 물어보지 않았으며 우리 언제 연락이 닿았을지도 모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