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9장 그녀는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두통이 심해지며 신경이 이따금씩 빨려나가자 얼굴이 창백해진 박지환은 이마를 짚으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임진이 정말로 내가 아니야?”
“아니야.”
박지환은 부풀어 오른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그래. 믿을게. 임진이 내가 아닌 거면 민서희가 날 속이고 있는 거라는 뜻인 거네.”
그가 통화를 마치려 하자 진동연이 그를 불러세웠다.
“지환아.”
진동연은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민서희 씨 놔줘.”
“일단 보내주고 나머지 일은 내가 해결할게.”
박지환은 순간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진동연, 쓸데없는 일에 관여하지 마. 민서희가 내 아기를 임신한 건 둘째 치고 사람을 죽였는데 절대 자유롭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
박지환은 분노가 섞인 말투로 통화를 끊었고 어두운 화면을 보며 흰 안개를 내뿜고 있는 진동연은 분간이 안 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동연아.”
조심스레 방에서 나온 심란연은 눈가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고여 있었고 상반신을 드러낸 진동연을 바라보며 맨발로 다가와 가느다란 팔로 그의 허리를 감싼 채 그의 넓은 등에 부드럽게 기대어 쓰다듬고 있었다.
“우리 결혼했잖아.”
그녀는 애걸했다.
“정상적인 남자로서 참기 힘들다는 거 알아. 근데 왜 그래? 아내인 내가 도와줄게.”
말을 하던 심란연은 손이 그의 복근을 타고 내려가려는데 진동연에게 잡혔다.
심란연은 깜짝 놀라며 진동연을 바라보았고 조각처럼 점잖은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불빛에 노출되어 어두운 분위기와 섞여 남성미를 더욱 자아내고 있었다.
“동연아...”
심란연은 기대 섞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진동연은 얇은 입술로 담배꽁초를 오므린 뒤 한 모금 빨더니 한 손으로 심란연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아직 타고 있는 담배꽁초를 심란연의 연약한 팔에 찢었다.
지글거리는 소리로 인해 심란연은 비명을 질렀다.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그녀는 공기 중에 니코틴 냄새 외에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가 없었고 진동연이 끝을 내자 드디어 자유를 얻게 되어 처참하게 땅바닥에 널브러지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진동연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심란연, 내가 경고했었지. 헛된 꿈은 꾸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말이야. 귀먹은 거야? 아니면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감정이 무너지며 울음을 터뜨리던 심란연은 진동연이 떠나려고 하자 그의 허벅지를 끌어안았다.
“동연아! 동연아! 나는 진심이야! 나는 널 진심으로 사랑해서 너하고 결혼한 거야. 안 그러면 내가 왜 너하고 이 연극을 이어갔겠어?”
“너도 날 사랑하잖아. 전에 우리가 얼마나 뜨겁게 사랑했었는데 진시호 때문에 헤어졌던 거잖아.”
“지금은 진시호도 죽었고 나는 네 아내가 됐는데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돼?”
그녀의 연약한 고백에 진동연은 구역질이 났다.
“누가 널 사랑한대?”
진동연은 그녀를 걷어찼고 준수한 얼굴에는 냉랭함으로 가득했다.
“예전에는 잠시 속아 네가 어떤 여자인지 몰랐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나도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어.”
심란연은 멍해 있다 질투심이 벅차올랐다.
“날 사랑하지 않는 거면 누굴 사랑하는데? 장청아? 장청아는 너한테 마음이 식었잖아!”
“네가 장청아한테 그런 짓을 해서 장청아는 벌써 단념한 지 오래야! 어차피 너희는 절대 다시 함께 없을 텐데 왜 나를 고려하지 않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