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0장 그녀의 계획
진동연은 얼굴에 약간의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것도 곧 사라졌다.
그는 손목시계를 떼어내며 말을 건넸다.
“방으로 들어가. 내일 다른 사람한테 들키지 않게 손에 난 상처나 잘 가려.”
“동연아? 동연아.”
심란연이 기어갔을 때 돌아오는 건 진동연의 차디찬 문이었다.
진동연은 방에 들어가 가운을 입었고 휴대폰으로 띵 하는 소리가 나며 박지환의 근황에 대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는 이를 살핀 후 표정이 굳어졌고 이내 휴대폰을 끄려다 손가락이 다른 문자메시지로 향하고 있었다.
어제 들어온 메시지였다.
“장청아 씨가 북성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전 직장 상사가 이직하면서 장청아 씨를 스카우트한 모양인데 그 상사가 장청아 씨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진동연은 눈을 감았다 다시 뜨고 문자 메시지를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삭제했다.
...
진동연으로부터 부정적인 답변을 들은 박지환은 전화를 끊었지만 민서희를 찾아갈 생각은 없었다.
민서희가 한 말들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으니 그녀가 대체 무슨 목적인지 지켜보고 싶었던 것이다.
만일 그녀가 그의 신뢰를 얻고 도망치려 하는 거라면...
박지환은 실눈을 뜨며 더 이상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날 아침 박지환은 제시간에 회사로 갔고 민서희는 잠에서 깨어났으나 머릿속에 온통 박지환이 어제 보인 이상한 모습들이었다.
임진이라는 이름에 이토록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거라면 기억을 되돌릴 희망이 있다는 뜻인데...
어제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눈앞에 선명하니 민서희는 천천히 박지환이 그녀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결심을 마친 민서희는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우고 장을 보러 온 중기를 찾았다.
그녀가 계단 위에서 손짓을 하자 이상한 기분이 든 중기는 자신을 가리키다 민서희가 눈이 보이지 않으니 소리를 내어 물었다.
“민서희 씨, 저 불렀어요?”
“네.”
민서희가 답했다.
“부탁드릴 게 하나 있으니까 저 따라와요.”
중기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따라갔고 내막을 들은 후 여전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민서희는 이내 당부했다.
“박지환 씨가 알지 못하게 움직여요.”
중기는 알겠다고 한 후 바로 박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서희가 제4구역 어귀에 있는 애견 카페를 찾는다고?”
박지환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서류를 덮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해?”
“민서희 씨가 그 카페 책임자의 연락처를 달라고 하면서 자기가 알아서 할 거라고 했어요. 다른 건 저도 잘 몰라요.”
박지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중기는 조심스레 물었다.
“대표님. 민서희 씨가 하라는 대로 할까요? 그 카페는 애완견만 있던데 대표님이 개털 알레르기가 있잖아요? 심각하면 쇼크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민서희 씨...”
박지환은 눈에 한기를 머금었다.
“하라는 대로 해.”
중기는 가슴이 철렁했다.
“대표님, 자기 몸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요. 혹시라도...”
그는 민서희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알레르기?
박지환은 빼곡히 적힌 글자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죽는 거라면 그녀는 확실히 죄를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
근데 만일 정말 그러하다면 그녀는 똑똑한 것이고 목적도 훤히 드러나게 된다.
민서희는 중기한테서 소식을 듣고 휴대폰도 손에 넣었다.
그녀가 방에서 전화를 걸며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막 문을 열자마자 커다란 그림자가 막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