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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6장 그녀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다

대표님은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의해 멈칫해버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이민준의 붉어진 두 눈과 얼굴에는 깊은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민서희 씨의 시체는... 제가 보내주도록 하죠.” 비서는 이민준을 힐끗하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이웃 도시에서 근무하던 거 아니었어요? 대표님이 분명 명령 없이는 근무처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제가 민서희 씨를 보내주는 건 안 될까요?” 비서는 박지환에게 시선을 돌렸고 박지환이 아무런 감정이 없자 그저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되긴 한데...” 이민준을 박지환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민서희 씨의 시체는 제가 직접 소각로로 데리고 들어갈 테니까 대표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시신에 음기가 짙어서 괜히 대표님한테 재수가 낄 수도 있는데 나중에 뭔가 잘 안 풀리면 또 민서희 씨를 탓할 수도 있잖아요.” “민준 씨...” 비서는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그게 무슨 태도예요?” 박지환은 손을 뻗어 막아서며 담담하게 이민준을 쳐다보았다. “너는 여기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의 말투는 물처럼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내 명령을 어기고 제멋대로 돌아온 후과가 뭔지 몰라?” “알아요.” 이민준의 눈빛에는 단호함만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오늘 이후로 사직하려고요. 한성을 떠나서 다신 얼씬도 하지 않을 거예요...” “민준 씨!” 비서는 동공이 지진했다. “왜요? 대표님의 오른팔이 돼주겠다고 선언까지 했었고 대표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왜 그래요? 혹시 민서희 씨 때문에요?” “맞아. 민서희 씨 때문이야.” 박지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민서희를 좋아하는 마음을 진작에 접은 줄 알았는데 대체 얼마나 매력이 철철 넘치길래 아직도 못 잊는 거야?” “너한테 적들이 얼마나 많은 줄이나 알아? 내 보호 없이는 어떤 후과가 따를지 아냐고?” “잘 알죠.” 이민준은 겁 없는 얼굴로 임했다. “하지만 그보다 민서희 씨를 떠난 게 가장 후회가 돼요. 전에 대표님 말대로 떠나지 않고 민서희 씨 곁을 지켰더라면... 어쩌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박지환은 눈빛에 감정이 스치더니 이내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그 말은 내가 민서희를 죽게 만들었다는 거야?” 이민준은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 “대표님, 아주 먼 훗날 대표님이 오늘날의 행동들에 대해 후회를 하실까요?” “무슨 후회?” “민서희 씨가 대표님 앞에서 죽게 되었다는 걸요...” 그의 말들이 유치하고 우습기만 한 박지환은 콧방귀를 꼈다. “이미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어. 나이가 들어서 성숙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어른답지가 못하네.” “민서희의 죽음은 나한테도 적잖은 충격이야. 내 아기를 낳아주고 이렇게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 사실에 대해서 죄책감은 잊지만 그렇다고 후회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이민준은 눈동자가 휘둥그레지더니 낯선 사람마냥 박지환을 쳐다보았다. “... 그래요.” 한참이 흘러 그는 답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박지환은 이마를 찌푸리며 이민준이 다가와 민서희를 품에 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너...” 박지환은 손을 내밀었다. 이민준이 평온하게 답했다. “대표님, 민서희 씨가 아직 살아있다면 자신의 마지막을 보내주는 사람이 대표님이기를 바라지 않을 거예요.” “대표님을 증오하고 미워하는 거 잘 아시잖아요. 자신을 죽게 만들고 인생을 망가뜨린 사람이 대표님이기도 하고요.” “제발 이제는 편히 쉴 수 있게 놓아주세요. 마지막 순간까지 원수와 엮이게 하지 마시고요.” 화들짤 놀라 비서는 말을 잇지 못했고 박지환은 내민 손이 허공에 머물다 이내 거둬들였다. 그러다 그의 눈빛은 다시 어두워지다 점차 평온해졌다. “그래.” “그게 민서희가 바라는 거라면 그렇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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