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7장 민서희가 돌아오다
결국 이민준은 민서희의 시신을 안고 떠나갔다.
비서는 중간중간 들어갔다 나오며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대표님, 민서희 씨 들어갔어요.”
그제야 박지환은 정신을 차린 듯 안으로 들어갔고 검은 눈동자로는 왕성한 불이 비치고 있더니 이내 몸을 돌렸다.
“대표님!”
“유골을 챙겨!”
...
비서는 유골을 챙겨 자리를 떠났고 화장터 다른 한편에서 사레에 걸리며 깨어난 민서희는 몸이 여전히 차갑고 강한 기운으로 저려오자 눈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이준 씨, 민준 씨.”
이민준은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서이준은 위로를 했다.
“다 끝났어. 이제는 그 누구도 널 다치게 하지 못할 거야. 이제부터 서희 너는 자유의 몸이야.”
“고마워요.”
민서희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하루 종일 열심히 노력한 끝에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생명을 구하게 된 민서희의 몸에는 독소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였다.
민서희는 그로 인해 완벽한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거짓 죽음.
연구소를 드나들며 수많은 약품을 개발해 온 서이준한테 있어서 거짓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민서희 씨, 해외로 나갈 건가요?”
“네.”
민서희는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치긴 했으나 국내에 있는 설비로는 제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워서요. 게다가 여기에 계속 남아 있다가 만일 들키기라도 하면 호진은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알겠어요.”
이민준은 심호흡을 하며 말을 건넸다.
“이준 씨하고 같이 떠나세요. 제가 공항까지 모셔다드릴게요.”
차에는 천천히 시동이 걸렸고 민서희는 차창으로 도시의 면모를 살피고 있었다.
나중에 꼭 돌아와 내 아기를 데리고 떠날 것이다.
...
4년 후.
독일.
부엌에서 나오던 한 여인이 바닥에서 기는 여자아이를 보고 애정 어린 한숨을 내지었다.
“서예야. 땅은 차가우니까 소파에서 놀라고 했지.”
여자아이는 막막한 눈초리로 올려다보더니 짤막한 다리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단지 문 앞에 기어가기도 전에 들어오던 남자한테 안겨 엉덩이를 한 대 맞게 되었다.
“어딜 도망가? 제대로 잡혔지?”
그 아기는 아직 말을 떼는 게 익숙하지 않았고 서이준은 빙그레 웃으며 아기의 얼굴을 주무르더니 서류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진지한 표정을 띠었다.
“초대자 명단이야.”
서류를 열어 보자 자신의 이름이 훤히 들어있는 걸 보게 된 민서희는 아래 주소에 떡하니 적혀 있는 주소가 눈에 선명했다... 한성...
그녀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눈에는 짙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
서이준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위로를 했다.
“여태껏 기다렸는데 이제는 그들이 이 모든 걸 뱉어나야 할 시기인 것 같아.”
...
민서희는 명성이 자자한 작곡가 신분으로 한성의 자선 연회에 출석하게 되었다.
게다가 굳이 소문을 낼 필요도 없이 그녀의 포스터는 이미 거리 곳곳에 붙어 있었다.
신세대 작곡가답게 그녀가 작곡한 곡은 일찌감치 팝 차트 일위에 올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보다 다들 겉으로 보기엔 서른 살의 어여쁜 미인이 이토록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작곡가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터넷상으로도 의견이 분분했다.
박씨 집안 별장에 있는 호진은은 화가 치밀어 꽃병을 깨뜨렸고 눈빛에는 공포심과 질투심이 곁들어 있었다.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가 돌아오다니!
진작에 죽었던 거 아니었어? 숨도 못 쉬고 분명 죽었었잖아? 그런데 그 얼굴이 왜 다시 대중의 시야로 돌아온 거지? 그것도 이토록 빛나는 신분으로!
와서 뭘 하려는 거지?
겨우 모든 걸 안정시키고 겨우 한 골만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민서희가 돌아오다니...
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한이 서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