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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8장 어머니한테 사과해

절대 그 여자가 살아 돌아와서는 안 된다! 그녀는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리더니 눈빛에 음흉함을 감추고 있었다. “이 일을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게 잘 처리해. 특히 백인언을 조심하고 말이야.” 그 미친놈이... 민서희가 죽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고 민서희가 묻힌 무덤을 직접 파기까지 했었다. 4년 동안 전점 더 미쳐가던 그놈이 민서희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벌써 알게 됐을지도 모른다. 호진은은 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다 이내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녀가 급히 얼굴을 돌리자 네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가방을 메고 문 앞에 서 있는 걸 보게 되었고 발밑에는 갈라진 파편을 밟고 있었다. 호진은은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수호야,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들어온 거야.” 그 아기 생김새는 눈매로 보나 콧대로 보나 박지환과 민서희를 섞어 놓은 것만 같았다. 게다가 나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마치 세화 인형과도 같았고 특히 그 두 눈에는 공허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호진은도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 아기는 말을 할 수 없는 벙어리였던 것이다. “수호야, 이리 와.” 그녀는 웃으며 아기를 불렀다. 그 남자아이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위층을 올라갔다. 호진은은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팔을 붙잡았다. “말을 못 하면 그만이지 귀가 멀었어? 천한 년이 낳은 아기라서 천한 종자인 게 틀림없지. 어쩐지 점점 크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게 정말 사람을 짜증 나게 하네.” 호진은의 헛소리에도 멍한 표정으로 눈만 깜박이고 있는 아기는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은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호진은은 아기를 소파로 내동댕이쳐졌고 바로 그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호진은이 즉시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환 씨!” 박지환은 막 밖에서 들어오던 중이었고 호진은은 품으로 달려와 억울함을 표하고 있었다. “수호가 또 그래요.” 호진은은 땅바닥을 가리키며 말을 덧붙였다. “아까는 막 미친 것처럼 거실에 있는 물건들을 내동댕이치며 부수고 있더라고요. 내가 아무리 말려도 들은 체도 하지 않아서 감히 가까이 갈 수가 없었어요. 또 지난번처럼 칼로 나를 다치게 할까 봐서요.” 박지환은 땅바닥에 있는 한 파편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준수한 외모가 점점 더 어두워지다 한기를 머금고 천천히 한 발 앞으로 다가가 아기의 앞에 멈춰 섰다. “어머니한테 사과해.” 박수호는 가방 멜빵만 꽉 잡아당기고 고개를 숙인 채 파편을 발로 걷어찼다. 그는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과도 같았다. 호진은은 한숨을 내쉬며 걸어왔다. “됐어요. 수호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뭔가가 불편했나 보죠. 입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할 수도 없으니 그저 분풀이하는 걸 거예요.” 박지환은 안색이 더욱 차가워졌다. “분풀이면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건드려서는 안 되지. 정신과 의사 선생님도 물건을 부수는 행동 자체는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고 했어. 저거 일부러 저러는 거야.” 그는 재차 말을 덧붙였다. “사과해!” 마침내 고개를 든 박수호는 분명 네 살짜리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눈빛이 마치 베일을 쓴 것처럼 어두컴컴했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돌려 위층으로 향했다. 허나 걸음마를 떼자마자 박지환은 아기의 가방끈을 들어 올리고 이층의 어린이 방에 가둬 버렸다. “어머니한테 사과하면 나오게 해줄게.” “지환 씨...” 호진은의 눈가에는 연민이 가득해 보였다. “수호 편을 들어줄 필요 없어.” 박지환은 이마를 짚었다. “계속 저러게 내버려두면 버릇만 나빠져. 지금은 그나마 다들 봐주겠지만 조금 더 커서 용서를 받지 못할 일이라도 저지르게 되면 어떡해.” 호진은은 스스로를 원망했다. “내가 어머니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요. 수호를 어릴 때부터 끼웠는데 여전히 날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혹시 내가 낳아준 어머니가 아니라서 끈끈한 정이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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