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2장 친자검사
이틀이나 기다려서 받은 결과는 뜻밖이었다.
“아무리 조사를 해 봐도 그 아기의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어요. 박지환이 꽁꽁 숨겨놓고 있어서 그런지 흘러나온 소문마저 없을 정도고요. 죄송해요.”
“어떻게 그럴 수가...”
민서희는 박지환이 줄곧 겸손함으로 행동한다는 걸 잘 알지만 아기의 정보가 하나도 새어 나오지 않게 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그녀는 이마를 찌푸렸다.
“아기가 실종됐다고 하던데 어떻게 아무 소식도 흘러나오지 않을 수가 있어요... 혹시 그 사람이 날 속이고 있는 걸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상대방은 달갑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박지환같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업가들은 거짓말 같은 거에 능숙하잖아요.”
민서희는 머리가 지끈거렸고 상대방은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
“박지환를 고소해 부양권을 얻을 생각이라면 제가 볼 땐 승산은 없어도 아기의 얼굴을 볼 기회는 있을 듯해요.”
“안 돼요.”
민서희는 부인했다.
“아기하고 만난 적도 없는데 갑자기 고소를 해서 뺏으려고 하면 아기가 놀랄 수가 있어요.”
상대방은 한숨을 내쉬었고 민서희는 다른 핑계로 전화를 끊은 뒤 아픔이 밀려오는 이마를 짚고 있었다.
아기의 소식이 들리지 않아 불안한 마음과 동시에 박지환이 그녀와 아기의 만남을 단절시키려고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괴로운 것이다...
“서희야, 어떻게 됐어?”
서예를 안고 있으며 겨우 잠을 이루게 하고 난 서이준은 민서희의 울상인 얼굴을 보고는 표정이 진지해졌다.
“조사한 결과가 나왔어?”
민서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안 나와요. 박지환이 내가 조사할 걸 알고 꽁꽁 숨겨놓은 것 같아요. 게다가... 딸인지 아들인지조차 확인하기 힘들고요.”
서이준도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고 민서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결정을 내렸다.
“이준 씨, 내가...”
“안 돼.”
서이준은 즉시 거절했다.
민서희는 어리둥절해졌고 서이준은 그녀의 눈을 주시하며 말을 건넸다.
“네가 다시 박지환을 찾아가려고 한다는 걸 알아. 그렇지만 박지환은 절대 이 관계를 철저히 놓지 못할 거야. 네가 한성으로 돌아올 때 나하고 약속했던 거 까먹었어? 절대로 다시는 엮이지 않겠다고 했었잖아.”
“그래도...”
“친자 검사를 하자.”
서이준의 갑작스런 말에 민서희는 뒤늦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서이준이 말을 덧붙였다.
“박연우가 네 아기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드는 거 아니야? 어차피 지금은 조사를 해 봐도 결과가 없는데 아예 확인을 하고 마음을 놓을 겸 친자 검사부터 하자.”
가장 유효하고 직접적인 방법에 민서희는 눈을 깜박거렸다.
사실 민서희는 스스로도 자기가 열 달을 품고 낳은 아기가 박수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요.”
민서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가서 연우의 머리카락을 가져올게요.”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박연우는 살금살금 방문을 닫았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친자 검사가 무슨 뜻인지도 알고 만일 자신이 그 여자가 아니라는 걸 확정 짓게 되면 엄청 실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도...
그는 그 여자의 아기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침대에 올라가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잠시 후 방문이 열렸다.
“연우야, 자고 있어?”
박연우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민서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고 있어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각종 핑곗거리를 이용해서야 머리카락을 챙길 수 있었다.
민서희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아기는 곤히 잠에 들어있었다. 허나 그는 자그마한 얼굴인데도 잘생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민서희의 마음이 움찔거렸다.
이 얼굴은... 그녀와 박지환의 얼굴을 아주 잘 섞어 놓은 작품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