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3장 말 못 할 비밀
민서희는 뻣뻣하게 걸어갔고 임진은 손을 들어 휴지로 그녀의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무서워하지 마. 네가 원하지 않는 건 어떠한 것도 강요하고 싶지 않아. 복원이 싫으면 안 해도 돼.”
깊은 한기 속에서 벌벌 떨고 있던 민서희는 그제야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그녀는 여전히 멍해 있었고 임진은 그녀의 차가운 손을 움켜쥐며 최선을 다해 온기를 주려고 했다.
“서희야, 너에게 무슨 말 못 할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
민서희의 표정은 절망에 가까웠다.
임진이 물었다.
“나한테 왜 복원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알려줄 수 있어? 이 얼굴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야?”
민서희가 주먹을 불끈 쥐자 임진의 손마저 함께 움켜쥐게 되었고 한참이 지나 그녀가 되물었다.
“임진 오빠는 왜 제 얼굴을 복원하고 싶은 건데요?”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오빠도 제 얼굴이 흉악스러운 거죠? 그렇죠?”
그렇지 않는 한 그가 왜 갑자기 얼굴을 복원시켜 주겠다고 했겠는가?
그녀는 스스로가 가여웠다.
상대방이 침묵하자 민서희는 모든 걸 알아차렸다는 듯이 손을 빼려는 그때 그가 더 힘껏 손을 잡았다.
“가까이 와줘.”
“네?”
어리둥절하고 머리가 텅 비어있던 민서희는 무의식적으로 천천히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됐어요?”
순간 남자의 입술이 가볍지만 소중하기 그지없는 키스가 그녀의 가장 추한 흉터에 닿았다.
온기가 사라졌지만 몸이 후끈 뜨거워져 민서희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다.
민서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임진이 말을 건넸다.
“아직도 내가 네 얼굴을 흉측해한다고 생각해?”
눈이 안 보이지만 임진이 얼마나 조심스레 키스를 했는지 잘 알고 있는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남들 입에서 추하다는 말만 들어오던 얼굴을 임진은 마치 무슨 보물인냥 대했으니 말이다...
“서희야, 나는 네가 어떻게 생겼든 신경 안 써, 내가 말했었지만 얼굴보다는 마음이야. 내 마음속에는 네가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최고로 예뻐. 얼굴 복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다만 내가 너에 대한 진심만은 믿어줬으면 좋겠어.”
한없이 진지한 그의 눈빛을 인지한 민서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요?”
“사람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
순간 민서희는 울컥했다. 수만 가지 감정들이 파도치듯 밀려와 가장 나약한 마음을 파고들자 민서희는 눈시울을 붉혔다.
한참 만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럼 왜 갑자기 제 얼굴을 복원해 주겠다고 한 거예요?”
임진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네가 남들 앞에서 열등감을 가지는 게 너무 안쓰러워서 그랬어. 워낙 아름다운데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하길 바랐고 혀를 내두르던 사람들한테도 증명해 보이고 입을 다물게 하고 싶었거든. 제일 중요한 건 네가 그 어떠한 핑계로든 나를 거절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었고. 무슨 신분이 어울리지 않느니, 외모가 상반된다느니, 이런 핑계들 말이야. 그리고 네가 정말 얼굴을 복원하게 되면 오히려 내가 꿀리게 되는 거거든.”
휴대폰에서 울려 퍼지는 기계음이었지만 마치 그가 한 구절 한 구절 읊어낸 것처럼 진지하고 뜨거워 민서희의 심장마저 타오르고 있었다.
임진이 아마도 어제 있었던 일들을 알게 되었나 보다.
이번에 감동에 겨워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눈이 붉어졌다.
누군가가 그녀의 상처투성이인 얼굴을 최선을 다해 고쳐주려고 하다니, 그것도 오직 자신감을 되찾게 하려고 했던 거라니...
그녀가 남들 앞에서 억울함을 당하지 말고 고개를 꿋꿋이 세우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임진이 말을 덧붙였다.
“서희야, 복원을 해도 그게 네 얼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