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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장 얼굴 복원해 줄게

어제 했던 말들이 몹시 지나치다고 생각한 민서희는 임진한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다만 긴 아픔보다 짧은 아픔이 훨씬 낫듯이 그녀는 가능성이 없는 관계는 확실히 정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십여 분 동안 멍하니 있다 전화가 걸려 왔다. 들려오는 전화번호가 익숙한 임진의 번호였으니 민서희는 머뭇거리다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서희야, 나야.” 민서희는 멈칫했다. “알아요.” “오늘 올 거야?” 임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하고 상의할 게 있어.” “그게 뭔데요?” “오면 알려줄게.” 전화를 마친 민서희는 임진이 내뱉은 말들 때문에 넋이 나간 상태였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토록 진지한 거지? 둘의 사이를 인지하고 나니까 나를 안성촌으로 돌려보내려고 그러는 건가? 그런 생각에 민서희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조여졌다. 허나 어찌 보면 좋은 결말이다. 그녀는 미리 짐을 꾸리고 있었고 종업원이 문을 두드린 후 그녀를 병원으로 모셨다. 병실 앞에서 심호흡을 몇 차례 한 그녀는 문을 밀고 들어간 순간 방에 임진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느꼈다. 진동연인가? 하지만 진동연이라면 아까 병원에 데리고 왔어야 맞는데? 민서희는 삽시에 마음이 조마조마해졌고 그 사람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민서희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병원의 외과의사예요. 성은 엄 씨이고요.” 외과의사? 민서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을 꽉 쥐고 있었으나 엄 의사는 개의치 않고 손을 거두며 말을 이었다. “민서희 씨가 눈이 안 보인다고 들었어요.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여기에 앉아주시겠어요? 제가 얼굴 한번 봐 드릴게요.” 얼굴? 민서희는 담담하게 물었다. “왜요?” 얼굴이 뭐가 예쁘다고? 엄 의사가 멈칫하자 임진이 나서서 해명했다. “서희야, 엄 의사는 성형쪽을 전공하신 유명한 분이셔. 실력이 아주 좋으니까 네 얼굴을 완벽하게 복원해 옛날과 똑같이 만들어줄 수 있는 분이거든.” 옛날과 똑같이? 민서희는 광기가 넘치는 감옥 안에서 수감자들이 날카로운 유리 조각으로 얼굴에 그림을 그리며 모욕하고는 심지어 이 얼굴을 이고 살 자격이 없다고 했던 기억들이 걷잡을 수 없이 떠올랐다. 그 여자들의 비웃음과 흉악스러운 표정들이 공포로 민서희의 마음에 새겨져 떨칠래야 떨칠 수가 없는 악몽이었다. 엄 의사의 손이 민서희의 얼굴 흉터에 닿는 순간 그녀는 손을 뿌리치고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며 겁에 질려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하지 마세요!” 민서희는 몸을 벌벌 떨었다. “복원하고 싶지 않아요!” “서희야...”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의외인 임진과 마찬가지로 엄 의사도 당황했다. “민서희 씨, 성형을 시켜주겠다는 게 아니라 옛날로 돌아가게 해주려고 그러는 건데 싫으세요?” 민서희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 얼굴로 모든 걸 소유했지만 반대로 이 얼굴로 기나긴 악몽에 시달리게 되었으니 민서희는 본인 얼굴이 극도로 증오스러웠다. 이 얼굴은 비참함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임진 오빠.” 그녀는 기억의 아픔을 꾹꾹 누르며 진정했다. “제 선택 존중해 줘요. 이 얼굴은 제 유일한 마지노선이에요.” “알았어. 서희야. 네가 싫다면 우리 복원하지 말자.” 임진은 착잡한 표정으로 민서희의 반응을 살펴보다 엄 의사에게 휴대폰으로 타자했다. “죄송해요. 일단 먼저 돌아가 주세요.” 엄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고 임진이 민서희를 불렀다. “이쪽으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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