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5장 최선을 다해 지켜줄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민서희는 애써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 의사가 물었다.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죠? 전에 남긴 상처들이 모두 곪아 빨갛게 부어오르다 처리를 제때로 하지 않아 다 썩고 얼굴 전체가 망가진 거예요.”
민서희는 손으로 옷자락을 움켜쥐고는 숨이 막혀왔다.
그녀는 감옥에 있을 때 어두컴컴하고 습한 냄새와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엉망인 1인실에 홀로 갇혀 있는 동안 얼굴이 간지럽고 짓무르기 시작했던 그 시간들이 떠올랐다.
견디기 너무 힘들어 도움을 청한 적도 있었지만 그 교도관은 짜증 섞인 호통만 쳤었다.
“며칠 전에 의료실에 들렀었는데 또 가겠다니요? 의기적이란 생각 안 들어요? 저번에 병 치료비도 아직 못 냈는데 돈 다 갚으면 그때 데리고 가줄게요.”
그녀의 가족이라곤 정신을 잃은 민영매 한 사람뿐이었다. 박지환은... 절대 감옥에 돈을 보낼 리가 없을 것이니 그녀의 얼굴은 그렇게 망가진 것이다.
민서희는 답을 하지 않고 되물었다.
“치료가 가능해요?”
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
“어려운 점은 있지만 지금의 의료기술도 많이 성숙해져서 가능하긴 해요.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요.”
“시간이 걸리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죠.”
지금 남는 거라곤 시간뿐인 민서희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그럼 일단 제가 성형 가이드라인을 만든 후에 민서희 씨 얼굴을 최대한 예전으로 복원시켜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어요. 수고해 주세요.”
엄 의사를 배웅한 민서희는 문을 닫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만약 애초에 만났던 사람이 임진이었더라면 이 모든 고통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서희야.”
들려오는 목소리에 민서희는 정신을 차렸다.
“왜 그래요?”
노여움을 꾹꾹 참고 있는 임진은 머뭇거리다 끝내 물어보았다.
“얼굴은 어쩌다 다친 거야? 누가 그렇게 만들었어?”
누가?
그녀가 너무 어리석은 탓에 다친 거다.
박지환이 그녀를 놓아주고 민영매를 놓아줄 것이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쇠뇌했던 그녀의 멍청함 때문이었다.
“잊어버렸어요.”
민서희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냥 누군가가 제 얼굴을 다치게 했었던 기억이 어슴프레 남아있어요. 그때 환경이 열악하고 치료할 돈도 없어서 이 지경까지 된 거예요.”
말이 끝나자 오랫동안의 침묵이 흘렀고 이내 인기척이 들려왔다.
“임진 오빠?”
민서희는 급히 다가갔고 임진은 두 팔을 벌려 그녀를 힘껏 감싸 안았다. 턱을 그녀의 머리에 대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안고 있는 그의 호흡은 거칠게 들려왔다.
그의 포옹에 마음이 풀리고 안정이 된 민서희는 눈을 감고 그 포옹을 받아들였다.
몹시 따뜻한 기운에 시드러가던 마음이 온도를 되찾은 듯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세상에 비참함과 어두움만이 남아있지 않고 있다는 걸 믿고 싶었다.
그러다 임진은 휴대전화를 들고 타자했다.
“서희야, 네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 너를 만나지 못해서 지켜주지 못했지만 오늘 이 시각 이 순간부터는 내 최선을 다해 너를 보호해 줄게.”
오늘 이 시각 이 순간부터 내 최선을 다해 너를 보호해 줄게
민서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졌지만 애써 웃음을 지었다.
“임진 오빠, 저는 그럴 가치가 없어요...”
“너를 지켜주는 게 가치가 없는 거라면 대체 뭐가 가치가 있는 일인데?”
그의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대답에 감동받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민서희는 목이 메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