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6장 옆에 있을게
진동연이 문을 열고 들어오다 마침 그 말을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들어오자마자 지금 둘의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봐야 돼?”
쑥스러워진 민서희는 고개를 떨구고 이불자락을 만지작거리자 임진이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볼 일이 있긴 있었는데 지금은 좀 너한테 배우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어떻게 하면 오글거리는 이런 대사들을 얼굴도 붉히지 않고 자연스레 내뱉을 수가 있는 거야?”
진동연은 조롱했다.
“설마 휴대전화로 타자하니까 부끄러움이 덜한 건가?”
임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진심이라면 오글거리는 말들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러나오는 진담이야.”
진동연은 용서를 빌었다.
“그래그래. 내가 널 어떻게 당해내겠어. 서희 씨 얼굴은 어때? 엄 의사님이 복원해 줄 수 있대?”
본인의 이름을 듣자 민서희는 얼굴을 들었다.
“네, 의사 선생님이 어려운 점이 있긴 한데 가능하긴 하대요.”
“다행이네요. 아주 유명한 분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고 의사 선생님따라서 복원하시면 돼요. 그럼 임진하고 같이 몸조리도 하게 되고 일거양득이죠.”
“네.”
민서희는 고개를 떨다 다시 말을 이었다.
“제 얼굴에 많이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고맙긴요.”
진동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우리 가족이잖아요.”
민서희는 얼굴을 붉어졌고 진동연은 병실을 나갔다.
민서희는 자연스레 임진 병실에 머물렀고 꽤나 익숙해졌는지 저녁에 임진의 몸을 닦아줄 때 부끄러워하는 것도 없이 핵심 부위를 피하며 열심히 움직였다.
일주일 후 엄 의사는 수술 날짜를 잡아주었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민서희는 임진이 항상 옆에 있어 주겠다는 위안의 말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마취제를 맞자 의식이 없어진 민서희가 다시 깨어났을 때 얼굴이 화끈거리고 붕대가 감겨있었다. 그녀가 막 손을 대려고 하자 엄 의사가 급히 제지했다.
“만지지 마세요. 수술의 잘 성공했지만 아직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되는 시기니까 나중에 다시 한번 수술을 더 진행해야 될 수도 있거든요.”
민서희는 손을 내렸다.
“제가 지금 어디에 있어요?”
“수술대요.”
엄 의사가 대답하고 재차 말을 덧붙였다.
“임진 씨가 꽤나 걱정이 됐나 봐요. 침대에 누워있지를 않고 굳이 수술방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네?”
격동을 하자 더욱 얼굴이 아픈 민서희는 초조했는지 다급히 수술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아직 몸에 상처도 있는데 밖에 나와 있으면 어떻게 해요?”
“그러게요. 간호사들 몇 명이 번갈아 가면서 말려도 말을 듣지 않아요. 성형수술이 무슨 위험하고 치명적인 수술도 아니라고 그렇게 안심을 시켜도 안 들어요.”
엄 의사는 재차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임진 씨가 서희 씨를 많이 사랑하나 보죠. 근데 왜 아직도 연애하지 않는 거예요? 이렇게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배려심도 많은 데다 착하 남자가 애타게 민서희 씨만을 바라보는데 손 한 번 못 잡아주나요?”
묵묵부답인 민서희는 그의 말에 내심 감명을 받아 본인과 임진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고려해 보기 시작했다.
임진의 호의가 그닥 싫지 않은 게 과연 좋아하는 게 맞는 걸까?
임진에 대해 사랑하는 감정이 없는데 이게 임진한테 공평하긴 한 걸까?
머릿속이 뒤숭숭해진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저 데리고 나가줄 수 있나요?”
간호사가 민서희를 도와 문 앞에 데려다주었다.
앞에 서 있던 임진은 민서희를 확인하자 배를 부여잡고 힘겹게 몇 걸음 걸어왔다. 그런 그가 안쓰러운 민서희는 손을 뻗어 부축했다.
“침대에 누워있지 왜 나왔어요? 이렇게 막 나와 있다가 상처가 터지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임진은 타자했다.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거의 다 나았어. 걸을 때 조심해서 걸으면 돼. 게다가 꼭 옆에 있어 주겠다고 약속도 했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