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7장 사람 보는 눈이 있네요
민서희는 임진이 했던 말이 병상에서 같이 있어 주겠다는 말로 여겼었는데 이 뜻이었다니...
마음이 따스해짐과 동시에 걱정이 되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부터는 이러면 안 돼요. 만약 오빠가 또 다치면 더 큰 일이잖아요.”
“알겠어. 다시는 안 그럴게.”
그제야 표정이 풀린 민서희가 말을 이었다.
“제가 부축해 줄게요.”
한 사람은 다리가 불편하고 한 사람은 앞이 안 보여 각자 조심하며 병실에 도착하자 등에 땀이 맺히는 듯했다.
임진은 웃음꽃이 피었다.
민서희가 물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아니야.”
임진은 웃음을 참으며 타자했다.
“그냥 아까 우리가 늙어서도 이렇게 비틀거리며 서로를 부축할 것 같아서 말이야.”
이 말이 나오자 민서희는 멍해졌다.
늙어서도?
먼 미래까지 생각을 했다니... 과연 우리고 함께 늙어갈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들에 휩싸인 민서희는 왠지 모르게 손바닥에 땀이 나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미래를 그려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인생이 하도 고생스럽고 비참해 죽음의 문턱까지 다가갔으니 말이다. 그나마 민영매를 위해서 잘 살기로 결심했지만 여전히 하루살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임진이 늙은 후에 인생을 그려봤다니
그는 정말 함께 늙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민서희는 손이 떨렸다.
임진이 물었다.
“왜 그래?”
민서희는 고개를 떨구고 복잡한 표정을 숨겼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도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중간에 진동연이 민서희의 수술 결과가 궁금해 특별히 병실에 들렀다.
민서희가 말을 건넸다.
“글쎄요. 저도 정확한 건 모르는데 보름 정도 기다려 봐야 한다고 했어요. 붕대를 풀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대요.”
“문제없을 거예요. 엄 의사 수술 성공률이 높다고 했으면 80퍼센트는 문제가 없는 거예요. 다만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할 거고요.”
진동연이 미소를 지었다.
“근데 저도 민서희 씨가 붕대를 푼 모습이 기대되긴 하네요.”
말이 끝나자 진동연은 병상에서 경고하는 눈빛을 분명히 느껴 손을 들어 항복했다.
“임진아, 너 소유욕이 너무 강한 거 아니야. 궁금한 건 당연지사지. 그리고 나하고 서희 씨의 관계는 순수하거든.”
표정이 변한 민서희는 가능하다면 임진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보름이라는 시간 후에 붕대를 풀고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곧 보름이 지나 얼굴의 따끔거림과 붓기가 점차 사라졌다.
사무실 앞에 앉아 붕대를 뜯을 때 민서희는 내심 뭐라 할 수 없는 긴장감이 몰려왔다.
붕대를 모두 벗기자 주위가 고요했다.
“왜 그래요?”
민서희는 조마조마해졌다. 복원하지 못한 건가?
엄 의사는 만족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보름이 지났는데 이 정도면 아주 잘 회복된 거네요.”
그녀의 이마 주위에는 눈에 띄게 회복하고 있었지만 볼 주위에는 여전히 울퉁불퉁한 상처가 있었다.
“가끔 와서 약을 발라야 돼요. 다시 보름 뒤에 결과를 봐야 하고요. 다만”
엄 의사는 입꼬리를 올렸다.
“원래 눈이 예뻐서 그런지 이마 주위에 피부를 복원하고 나니까 미인이었던 얼굴이 눈에 선하네요. 임진 씨가 사람 보는 눈이 있네요.”
임진...
그의 이름을 듣자 부끄러워진 민서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술이 잘 회복된 걸까?
그녀는 애초에 희망을 품지 않았었다.
엄 의사는 다시 약을 바르고 눈 위를 제외한 얼굴에 붕대를 감았다. 그는 민서희한테 마스크를 쓰게 하자 잠시 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