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8장 헌팅
“엄 의사님,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민서희는 괜히 긴장해졌고 그때 서류를 가져다주러 온 한 간호사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민서희를 힐끗 쳐다보고는 물었다.
“민서희 씨는 왜 안 왔어요? 오늘 실밥 뜯는 날 아니에요?”
엄 의사가 미소를 지었다.
“민서희 씨 여기에 있잖아요.”
마스크로 얼굴이 반쯤 가려져 있었지만 아름다운 두 눈은 사슴처럼 맑아 한눈에 봐도 이목구비가 매우 미인상이라는 게 느껴지자 그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
“이... 이분이 민서희 씨예요?”
간호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민서희의 눈 주위에 살이 썩은 흉터로 뭉쳐 있어 아무리 아름다운 눈이라도 피부 상태 때문에 전혀 눈길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날 눈 주위의 피부가 복원되자 자연스러운 미가 드러났다.
간호사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얼굴 반쪽밖에 복원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아름다우세요. 이거 나머지 반쪽까지 다 복원하면 연예인이라 해도 믿겠어요.”
너무 과찬이었지만 민서희는 마음속으로 흐뭇했다. 그녀는 이마를 더듬자 상처투성이인 흉터들이 싹 사라지고 18세 소녀의 피부마냥 매끄러웠다.
임진 씨가... 무슨 반응일까?
민서희는 긴장했는지 손을 움켜쥐었다. 임진도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의 상처가 터지는 게 두려운 것도 있고 괜히 실망시킬까 걱정스럽기도 했던 그녀는 그를 병실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괜히 마음이 두근거렸다.
“엄 의사님, 저 그럼 이만 가 봐도 될까요?”
“임진 씨한테 회복 상태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러죠?”
엄 의사의 농담에 민서희가 난처해하자 그가 재차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가보세요. 다음 주에 약을 바르러 오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벽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 민서희는 가슴이 아직도 펑펑 뛰고 있었다.
얼굴 반쪽만 회복하고 가장 심각한 볼 주위는 아직 상황이 좋지는 않았지만 본인 얼굴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거에 그녀는 행복했다.
기억을 더듬으며 병실로 향하다 모퉁이를 돌기 전에 갑자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한 남자가 그녀 앞에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눈이 아름다우시네요. 연락처 줄 수 있을까요?”
연락처?
민서희는 처음에는 의아해했다. 누가 그녀에게 연락처를 달라고 하겠는가. 설마 일부러 조롱하려고 그러나? 그러다 얼굴 반쯤이 회복되고 마스크까지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남들은 이 눈 아래에 상처투상이라는 걸 상상도 못할 테니 말이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시린 민서희는 거절했다.
“죄송하지만 연락처 드릴 상황이 아니라서요.”
이러한 거절에 이 남자가 자신의 주제를 모른다고 하며 화를 낼까 민서희는 사실 마음속으로 겁을 먹고 있었다. 근데 그는 서운해했다.
“저도 알아요. 그쪽처럼 얼굴도 예쁜 미인분이 연락처를 달라고 하는 사람이 저뿐이겠어요. 달라는 사람마다 다 주면 귀찮겠죠.”
민서희는 고개를 들고 차분하게 물었다.
“제가 어디가 예뻐요.”
“눈이요! 눈이 이렇게 예쁜데 비주얼이 어디 가겠어요. 피부도 엄청 좋은데 마스크 벗으면 바로 마음을 뺏길 것 같아요.”
당당하게 웃던 그는 민서희의 초점 없는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눈이?”
“네, 저는 앞이 안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