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7장 당신 자신을 싸구려 취급하는 거예요
그 여자는 제 발이 저렸다.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니까요.”
“근데 정식으로 헤어진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아까부터 답을 피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 여자는 오히려 성을 냈다.
“당신이 뭔데 우리 일에 자꾸 끼어드냐고요?”
“민서희 씨 말이 맞아.”
이호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신지야, 장 사장님이랑 헤어졌어?”
신지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호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 실망이 가득 찬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양다리라도 걸치겠다는 거야? 나더러 너하고 바람을 피우라는 거야?”
”바람을 피우자는 게 아니라...”
”장 사장님이랑 완전히 헤어지지도 않고 나랑 다시 시작하자는 게 그럼 무슨 의미인 건데?”
”그냥 너하고 연애하고 싶다고!”
다급해진 신지는 눈을 붉혔다.
“네 말대로 깨끗이 헤어진 건 아니야. 근데 나라고 무슨 수가 있겠어? 애초에 우리가 연인 사이였고 네가 가난해서 우리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거잖아. 나라고 쉰 살이나 넘는 늙은이의 시중을 들고 싶겠어? 네가 좀만 더 출세를 했었으면...”
신지가 눈물을 펑펑 쏟자 분노가 치밀었던 이호도 자책과 미안함으로 휩싸였다.
“내가 미안해. 다 지나간 일인데 우리 서로 자기 갈 길 가는 게 맞아.”
“저 여자 때문에 그래?”
신지는 거리낌 없이 민서희를 가리키며 화를 냈다.
“눈이 제대로 멀었어! 아니면 약 잘못 먹었어? 내가 저 여자보다 뭐가 모자라는데!”
“신지야! 그만 좀 해!”
이호는 고개를 숙였다.
“넌 모를 거야. 앞으로 더 이상 마주치지 말자.”
신지는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신지 씨.”
바로 그때 침묵하던 민서희가 입을 열었다.
“그날 이호 씨가 집 앞에서 꿇고 있었을 때 뭐 하고 있었어요?”
신지는 어리둥절해졌다.
민서희가 말을 이었다.
“신지 씨는 방이나 거실에서 이호 씨가 밤새도록 꿇고 기다리는 걸 쳐다만 봤겠죠.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을 때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거고요. 그러다 이호 씨가 마음을 접게 되면 부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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