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5장 결혼해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거든요
무의식적으로 주먹이 쥐어진 그는 손등에서 고통이 느껴지자 그나마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럼 지금은?”
민서희는 눈을 아래로 떨구었다.
“오빠가 박지환 씨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고 저도 그런 근거 없는 추측으로 오빠를 의심해서는 안 되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가 연인 사이인데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지.”
임진의 표정이 씁쓸했다.
“서희야, 나는 절대로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야. 나는 오직 너만의 임진 오빠야.”
”나만의?”
이런 애정 어린 말들이 아직은 쑥스러운 민서희는 고개를 숙였다.
임진은 손을 꼭 움켜쥐었다.
“서희야, 그 사람이 그렇게 미워?”
눈빛이 흔들리고 가슴이 떨리던 민서희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진정이 됐다.
“증오해요.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저한테는 악몽이고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기분이에요. 내 인생을 망친 그 사람을 죽을 때까지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아요.”
가슴이 칼로 베는 것마냥 고통스러운 임진은 눈앞의 여자를 탐옥스럽게 쳐다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이 가장 치명적이다.
“걱정하지 마. 평생 만날 수 없을 거야.”
평생?
의아해진 민서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건데요?”
”잊었어? 우리 여기를 떠나서 독일로 갈 거잖아. 그 사람은 한성에 있고 절대로 보신그룹, 그리고 평생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독일로 쫓아오지 않을 거 아니야.”
“하긴 그 말도 맞네요.”
민서희는 안심이 되었다.
박지환은 한성에 있고 독일로 떠나면 그녀와 그 사람 사이에 더 이상 엮일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희미한 눈으로도 아까 흘렸던 핏자국이 마치 끝없이 확대되고 있었다.
민서희는 가슴이 철렁했다.
“아까 아프지 않았어요?”
이미 오래전부터 아픈 감각을 잃은 임진은 타자했다.
“온통 너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
깨어나자마자 기침을 하면서도 힘을 빼지 않고 꿋꿋이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손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칼날에 베이는 것보다도 훨씬 더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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