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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장 데이트하자

“당신은 그 사람과 비교할 자격 없어요.” 이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그의 심장을 찔러 사지가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울분을 터뜨릴 이유조차 찾을 수 없었다. 임진은 박지환이지만, 그는 임진이 아니다. 임진은 그저 그가 치밀하게 위장한 결과물이고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는 로봇으로 박지환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사실 그가 진짜로 원하는 건 민서희가 박지환을 받아들이는 거지만 그건 헛된 망상일 뿐이다. 방비와 혐오가 가득한 여자를 보며 박지환은 주먹을 꽉 쥐고 극도로 불쾌한 감정을 억눌렀다. 그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 민서희는 몸을 가늘게 떨며 웃었다. 마치 그의 질문을 조롱하듯이 말이다. “그래, 알았어.” 박지환은 쓴웃음을 지었다. “넌 이젠 그 남자만 신경 쓸 테니, 내가 영원히 네 앞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거 맞지?” 민서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어요?” “나와 데이트하자.” 민서희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미쳤어요?” 박지환이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협박이 아니라 선택지를 주는 거야. 잊지 마. 우린 아직 사실혼 관계에 있어. 나와 이혼하고 그 남자한테 가고 싶은 거 아니였어?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것도 줘야겠지?” 박지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내가 원하는 거야. 데이트하고 시간이 되면 이혼 서류 처리할게.” 아무리 망상이라 해도 그는 더는 이런 기회가 평생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박지환의 신분으로 그녀와 며칠, 아니 몇 시간이라도 함께하고 싶었다. 민서희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요?” “뭐가?” “왜 원하는 게 데이트죠?”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자꾸만 소유하려고 하는 걸까? 박지환은 차갑게 웃었다. “네 엄마 일로 내가 많이 미안해서...... 아직도 그 일만 생각하면 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 그래서 이 기회에 너한테 자그마한 보상이라고 하려고?” 보상? 박지환은 왠지 우습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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