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1장 사과

민서희는 바로 알아차리고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맸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 박지환은 쉴 새 없이 기침했는데 가끔은 폐를 토해낼 것처럼 격렬했다. 이민준도 들어주기 힘들었다. “대표님, 약국으로 갈까요?” “그냥 운전해.” 박지환은 차갑게 대답했다. “시간 지체하면 안 되니까 빨리 운전해.” 이민준은 하는 수 없이 더 속도를 높였다.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체크인이 시작되었다. 이민준은 민서희에게 티켓을 넘겨주며 말했다. “민서희 씨, 이따가 승무원에게 일등석으로 안내해 달라고 하세요.” 무슨 뜻이지? 민서희는 멈칫했다. “두 사람은요? 안 타요?” “그럴 리가요.” 이민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일등석 자리가 하나밖에 안 남았더라고요. 저와 대표님은 비즈니스석에 탈 거니까 안심하세요.” 하필 오늘 자리가 없다고? 비록 이상했지만 별생각 없이 승무원을 찾아 자리를 찾은 뒤 잠시 눈 감고 휴식을 취했다. 한참 뒤 목이 말라 잠에서 깨고 주변을 둘러보니 일등석이 많이 비어있었다. 승무원이 오자 그녀는 물 한 잔을 요구하고 물었다. “일등석은 만석 아닌가요? 사람이 왜 이렇게 적은 거죠?” “만석요?” 승무원이 부드럽게 말했다. “일등석 많이 비어있습니다. 아마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만.” 잘못 들었다고? 그럴 리가, 이민준이 분명-- 순간 민서희는 뭔가 깨닫고 승무원에게 고맙다 인사를 전했다. 승무원이 멀어진 뒤 민서희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앞이 희뿌옇고 희미한 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뇌 혈전을 치료하는 약을 먹은 지도 꽤 오래다.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는데 분명 따뜻했던 공기가 몸으로 들어오니 차갑게 번졌다. 어쩌면 가장 좋은 결과일 지도 모른다. 박지환은 그녀를 멀리하고 그녀는 박지환을 원망하니 이혼 절차만 밟으면 더는 평생 볼 일 없이 살게 될 것이다. 오해도 단지 수많은 원망 속의 자그마한 감정일 뿐이다. 그런 오해가 없었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민서희는 박지환이 무릎 꿇은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