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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천국엔 엄마가 없어

“이나연! 나연아...” 술기운에 정신이 흐릿하던 박재혁은 눈앞을 뒤덮은 새빨간 피에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나연을 번쩍 안아 들더니 최대한 빠른 속도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나연이 여전히 의식이 없어 그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녀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이가희가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는 연락을 받은 그는 어쩔 수 없이 가봐야 했다. 이나연이 눈을 떴을 때 병실은 텅 비어 있었고 강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이나연은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힘겹게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 꿈에 박소윤이 나왔는데 바다가 너무 춥다고 말했고 그녀는 가서 딸의 곁을 지켜주고 싶었다. 이나연의 품은 따뜻하니 그녀가 박소윤을 안아주면 아이는 더 이상 춥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병원을 빠져나왔고 병원 밖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지나가는 장애인들을 돕고 있었다. 이나연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걸 알아챈 몇몇 학생이 다가와 도움이 필요한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파도 소리가 듣고 싶다고 거짓말하면서 박소윤이 바다에 떨어졌던 그 절벽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학생들은 그 말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이나연이 휴식을 취하고 싶어 그러는 거라 생각했고 오후 몇 시쯤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한 뒤 자리를 떴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고 이나연은 그냥 누가 전화를 건 줄 알고 습관처럼 화면을 터치했는데 그건 박재혁이 걸어온 영상 통화였다. 화면 너머로 박재혁은 이나연 뒤편으로 펼쳐진 바다를 똑똑히 보고는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이나연, 거기 가만히 있어! 아무 데도 가지 마! 내가 지금 당장 갈게!” “박재혁, 우린 왜 이렇게 돼버린 걸까?” 이나연은 잠꼬대를 하듯 중얼거렸다. 우리 원래 이러지 않았잖아...” 박재혁은 불안해서 손이 굳었고 액셀을 세게 밟았다. “나연아, 제발 그런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내가 금방 갈게, 응?” 하지만 이나연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계속 말했다. “당신이 예전에 그랬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믿겠다고. 그런데 정작 일이 생기면 한 번도 날 믿은 적이 없잖아. 당신은 날 안 믿었어.” “나연아, 아니야! 네가 뭐라고 하든 다 믿을게. 그러니까 제발 움직이지 마!” “날 믿는다고?” 이나연은 허무하게 웃었다. “그럼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있어? 난 한 번도 당신을 배신한 적 없고 소윤이는 당신의 딸이야. 그리고 이가희가 우리 아들을 빼돌려서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고 거짓말했어. 아이를 창밖으로 던진 것도 이가희고 사실 이가희는 눈이 멀지도 않았어. 어때, 믿을 수 있겠어?” 박재혁은 표정이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나연은 그 침묵이 답이라는 걸 알고 이어서 말했다. “봐, 당신은 안 믿잖아. 당신은 늘 이가희만 믿었지, 나를 믿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당신은 더 이상 내가 사랑하던 박재혁이 아니야.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소윤이랑 우리 둘째랑 같이 내 마음속에서 이미 죽었어.” “나 꿈에서 아이들을 봤는데 둘 다 천국에 갔대. 거기서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지만 대신 엄마가 없대.” 이나연은 절벽 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아이들이 내가 보고 싶대.” 그녀가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절벽 가장자리에 선 것을 본 박재혁은 그녀가 바다에 떨어질까 봐 핸들을 부여잡고 절규하듯 외쳤다. “이나연! 제발 거기서 멈춰! 제발...”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나연은 이미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뎠고 그녀가 놓친 휴대폰은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박재혁은 화면을 통해 이나연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다. 가냘픈 그녀의 몸이 절벽 아래 깊은 바다로 떨어졌고 거센 파도에 삼켜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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