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널 사랑한 죗값
이나연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고 그녀는 숨이 턱 막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유성진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는데 그는 전화를 받고 얼굴빛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그는 당황과 불안이 뒤섞인 눈빛으로 이나연을 바라보며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연아, 소윤이가 누군가한테 납치당했대.”
“뭐? 소윤이 지금 어디 있어? 상태는 어때?”
이나연이 다급하게 묻자 유성진은 휴대폰을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
“납치범이 너랑 통화하고 싶대.”
이나연은 폰을 꽉 움켜쥐었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거예요? 소윤이를 당장 풀어줘요! 절대로 우리 소윤이한테 손대지 마요!”
그 순간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차가웠다.
“박재혁을 이쪽으로 보내. 우리가 원하는 건 그 자식의 목숨이야. 그 사람이 찾아오면 박소윤은 멀쩡히 돌려보내 주지.”
그들은 박재혁의 목숨을 원했고 이나연은 미칠 듯이 불안했다. 그녀는 박소윤이 무사하길 바랐지만 동시에 박재혁도 살아남길 바랐다. 지금까지도 그를 완전히 용서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이 세상에 남아 있길 바랐다. 오래오래 평범하게라도 살아 있기를 말이다.
“제발 소윤이를 풀어줘요! 박재혁 대신 저를 데려가요. 제 목숨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까 소윤이만은 제발 살려줘요, 네?”
“네 목숨 따위는 관심 없어.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박재혁이야. 그 자식이 한 시간 안에 안 오면 아이의 장례식 준비나 하게 될 거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는 뚝 끊겼다.
이나연은 통화에 집중하느라 어느새 응급실 문이 열렸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말이 문 앞에 선 박재혁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박소윤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박재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박소윤이 살아 있다면 그는 아직 속죄할 기회가 있는 거다. 그는 죽더라도 두 번 다시 자신의 딸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나연아, 폰 줘.”
박재혁이 단호한 어조로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이나연은 그가 통화 내용을 들었단 사실조차 몰랐고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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