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사흘에 걸친 긴 여정 끝에 비행기는 마침내 북극 활주로에 착륙했다.
기내 문이 열리자 매섭지만 맑은 극지의 찬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북극의 하늘은 거의 투명에 가까운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윤서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까지 스며들어 가슴은 전례 없이 가벼워졌다.
자유롭고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감각이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가 머물게 된 곳은 탐사 기지에서 마련해 준 작은 통나무 오두막이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내부 때문에 윤서아는 이곳에서라면 적어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짐을 막 정리했을 무렵 오하늘이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휴대폰을 들고 달려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과 통쾌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서아야, 이것 좀 봐. 서울 쪽 완전 난리야. 너 출국 전에 던지고 간 그 한 방, 진짜 대박이었어!”
그녀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빠르게 넘기며 말을 이었다.
“도현 씨, 지금 완전히 끝났어. 주가도 폭망했고 주요 협력사들도 줄줄이 협업 중단 선언했대. 하린 씨도 마찬가지야. 예전에 콘서트 때 기자 매수해서 자작극 벌인 거, 일부러 투신 소동 일으킨 거까지 전부 다 드러났어. 도현 씨도 이제야 하린 씨 정체를 알아챘는지 아예 손 떼버렸대. 학교에서도 제적 처리됐고. 게다가 그 나쁜 놈이 네 어머니 묘까지 파헤치려고 했대. 네가 미리 옮겨 둔 거 진짜 신의 한 수였어. 아니었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윤서아는 그녀의 말을 듣기만 했다.
표정에는 더 이상 어떤 동요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 끝없이 펼쳐진 눈의 왕국을 바라보았다.
“하늘아, 그 사람들 일은 이제 나랑 상관없어.”
지금 그녀가 원하는 건 황정희가 생전에 가장 동경하던 이 순수한 땅을 직접 밟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한때 자유롭고 생생했던 자신을 되찾아 제대로 살아보는 것도 있었다.
오하늘은 그녀의 평온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더 늘어놓으려던 뒷이야기를 조용히 삼켰다.
그때, 휴대폰이 다급하게 울렸다.
전화받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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