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오서준의 사과에 그의 이마 위에 젖은 수건을 갈아주던 윤서아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그를 내려다보았다.
청년의 창백한 얼굴에는 고열로 인한 비정상적인 홍조가 떠 있었고 미간은 고통스러운 듯 찌푸려져 있었다.
윤서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왜 미안하다는 말을 해?”
오서준은 반쯤 뜬 눈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내가 굳이 얼음 호수 가자고 해서 누나가 위험해졌잖아. 게다가 나까지 돌보게 하고...”
그의 말에 윤서아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 바보야,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 네가 있어서 난 다시 빙판 위에 설 용기를 낼 수 있었어. 그리고 네가 빠른 반응으로 나를 끌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 거기에 누워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건 나였을 거야.”
오서준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열로 흐릿해진 의식 속에서 오랫동안 눌러 두었던 감정이 이성을 비집고 천천히 떠올랐다.
“서아 누나... 내가 열여덟 살 생일 때 무슨 소원 빌었는지 기억나?”
윤서아는 잠시 멈칫했다.
그가 이런 질문을 꺼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을 겪은 뒤라 그날의 구체적인 기억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다.
“아니, 너무 오래돼서 기억 안 나.”
그녀는 이불 끝을 다시 한번 가지런히 정리해 주며 덧붙였다.
“지금은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열 내리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오서준의 눈동자에 잠시 남아 있던 작은 빛이 조용히 꺼져 갔다.
...
그날 새벽, 오서준은 고열에 한참을 시달렸다.
체온은 손으로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놀랄 만큼 뜨거웠다.
하지만 윤서아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분하게 물리적인 방법으로 열을 내리고, 탐사 기지에 비치된 해열제를 찾아 그에게 먹였다.
오서준의 체온이 조금씩 안정된 뒤에야 윤서아는 몸을 짓누르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결국 침대 옆에 엎드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무의식 속에서 누군가 목소리를 낮춰 통화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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