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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윤서아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남아 있지 않았다. “도현 씨, 우린 진작에 끝났어요. 당신 목숨은 당신 거예요. 살든 죽든 이제 저와는 아무 상관 없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 등 뒤로 문이 닫히는 순간, 안에 남겨진 권도현의 처절한 울부짖음과 절망에 잠긴 흐느낌은 단숨에 차단되었다. ... 윤서아의 모습이 문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자 권도현이 끝까지 붙잡고 있던 희망과 자기기만은 가차 없이 산산조각 났다. 병실 안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 잠시 뒤, 그가 움켜쥐고 있던 작은 칼이 ‘쨍그랑’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 위로 힘없이 떨어졌다. 비명도, 분노도 없었다. 오히려 그보다 깊고 절망적인 침묵이 그를 천천히 집어삼켰다. 한동안 그 정적 속에 굳어 있던 권도현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억눌러 왔던 감정을 터뜨렸다. ‘나는 이제 틀렸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했다고!’ 권도현은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스스로 세운 규칙이라는 감옥을 사랑의 궁전이라 착각해 왔다는 것을. 그는 윤서아의 모서리를 깎아내야만 그녀가 완벽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부수고 있었던 것은 자신을 처음 매료시켰던 그녀 본연의 빛이었다. 그는 그녀의 사랑과 양보를 끝없이 소비해도 되는 자본처럼 여겼고 아무리 멀리 돌아가도 고개만 돌리면 그녀는 늘 그 자리에 서 있을 거라 자만했다. 하지만 윤서아는 뒤 돌아보지도 않은 채 단호한 걸음으로 떠났다.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원하지도 붙잡지도 않았다. 그의 생사조차 그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권도현은 스스로를 비웃듯 웃었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비서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대표님... 김하린 씨가 고의 상해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증거가 워낙 명확해서 아마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비서는 권도현의 상태를 보고 놀라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보고를 이어 갔다. “그리고 스캔들과 지분 이동의 여파로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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