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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성보람도 가끔 스트레스받을 때 게임하곤 했다. 다만 그녀의 랭크는 참담할 정도로 낮았다. 몰래 배선우의 게임 화면을 힐끔 바라본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배선우는 그야말로 돈을 쏟아부은 현질 왕이자 넘사벽의 고수였다. 그런데 성보람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배선우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성보람은 죽 뚜껑을 열며 핸드폰을 켜 같은 게임 화면을 열어 보여주었다. “이거 제가 1년 반 넘게 한 계정이에요. 단 한 푼도 안 썼어요. 자랑 좀 해도 되죠? 당신 같은 자본가한테 한 푼도 안 뜯겼다니 내가 이겼네요.” 배선우는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짓궂게 웃고 있는 성보람을 슬쩍 보던 그는 이내 피식 웃었다. “지금 보니까 정말 괜찮은 아내감인데?” 성보람은 죽 한 술 떠먹다 그만 사레가 들려버리고 말았다. “콜록... 콜록!” 눈물까지 찔끔 날 지경이었다. “아니야?” 배선우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재벌가 여자들은 다 돈을 펑펑 써대잖아. 우리 큰형수만 해도 한 달에 몇억씩 쓸걸? 그런데 너를 봐. 얼마나 알뜰하고 실속 있어. 너랑 결혼 안 했으면 수십, 수백억은 더 썼을지도 몰라. 평생 남편한테 그만한 이익을 안겨주는 여자가 몇이 있겠어.” “오해하지 마세요. 이혼 안 하면 저도 매일 펑펑 쓸 거예요. 저한테 돈을 아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세요. 천억쯤도 우습게 써줄 테니까요.” ‘흥! 내가 현질을 안 한 건 돈이 없어서 그런 거지. 누가 알뜰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 줄 아나?’ “그렇게까지 나랑 이혼하고 싶어?” 안색이 어두워진 배선우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혼하자고 한 건 선우 씨도 마찬가지잖아요?” 성보람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적극적이었으면서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거지?’ 배선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도 처음에는 분명히 이혼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굳이 꼭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어쩌면 성보람이 더 이상 이전만큼 싫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성보람이 돈을 좋아하긴 해도 몰래 훔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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