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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어차피 나랑 하지민은 안 돼.” 배선우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소운시 명문가 딸이라 교양도 있고 재능도 있어 보여서 만나게 됐지. 실제로 교류하면서 호감도 있었고 결혼 상대로는 괜찮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나는 너무 집착하는 여자는 별로야. 평소에 업무로 바빠서 감정적으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을 수는 없어. 그래서 내 배우자는 독립적이고 이성적이고 늘 냉정한 사람이면 좋겠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옆에 앉은 성보람을 의식한 듯 덧붙였다. “돈을 원한다면 줄 수 있지만 사랑은 못 줘.” ‘돈이라...’ 성보람의 마음이 흔들렸다. 다른 사람은 돈은 많지만 사랑이 없는 결혼에 관심 없을지 몰라도 성보람은 관심이 넘쳤다. 그녀는 타고나길 불안감이 큰 사람이었고 돈이야말로 그녀에게 가장 큰 안정감을 주는 물건이었다. ‘선우 씨의 요구도 내가 소씨 가문의 딸이라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거겠지. 내가 소씨 가문의 딸이 아니라면 아무리 독립적이고 이성적이며 냉정하다 한들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를 이해해 줄 리는 없겠지.’ 성보람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죽을 떠먹기 시작했다. ‘먼저 배부터 채우자.’ 배선우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자신이 전한 뜻을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다. 성보람이 딱히 무리한 걸 요구하지 않는다면 배선우는 굳이 이혼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성보람은 죽을 반쯤 먹고 나서 옆에 있는 남자가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복도 등불 아래 배선우의 눈동자는 마치 흑요석처럼 반짝였다. 깊게 파인 눈두덩, 길고 농밀한 속눈썹 덕분에 조명이 드리워지며 눈꺼풀 위에 은은한 그림자가 져 있었다. 그 눈빛은 묘하게 깊고 또 어딘가 다정해 보였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성보람은 급히 정신을 다잡으며 물었다. “좀 드실래요?” 말이 끝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죽은 두 그릇이었는데 한 그릇은 여민지가 먹었고 나머지 한 그릇은 그녀가 먹는 중이었다. 그녀의 말은 곧 먹던 죽을 같이 먹을 거냐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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