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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이젠 많이 괜찮아졌어.” 여민지는 그릇과 수저를 식탁 위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전날의 고된 하루를 고스란히 드러내듯 창백하고 지쳐 보였다. 성보람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여민지가 여름방학 전보다 전체적으로 기운도 없어 보이고 눈에 띄게 말라 보인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제 말해 줄래? 나한테 말 한마디도 없어 언제부터 소운시로 내려가 배달까지 하게 된 거야?” “배달일이 힘들기는 해도 돈은 제일 잘 벌리더라고.” 여민지는 그녀 옆에 조용히 앉으며 말했다. 분명 아직 꽃봉오리 같은 나이인데 그녀에게서 피로감이 뚝뚝 묻어났다. “돈이 없으니까. 다음 학기 등록금이 아예 없었거든.” 성보람이 자세를 바로잡아 앉았다. “너 지난 학기 동안 알바로 200만 원 넘게 모았다면서? 장학금도 그 정도 받았고 평소에도 아껴 썼잖아. 그래도 등록금이 모자라?” 고개를 젓는 여민지의 눈동자에서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고향에 내려갔을 때, 동생이 내가 모은 돈 다 훔쳐서 게임에 현질해버렸어.” “4백만 원을?” 성보람은 숨을 들이켰고 여민지는 씁쓸하게 웃었다. 말 그대로 분통이 터졌다. “얼마나 힘들게 번 등록금인데... 내가 너였으면 걔 그냥 반 죽여놨다.” “나도 너무 화나서 한 대 때렸어.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그거 보고 동생이 다치기라도 했을까 봐 난리가 났지. 엄마는 오히려 나를 때리더라. 엄마가 걔는 내 동생이고 집에서 지금까지 나를 키우느라 많이 썼으니 내 돈을 쓰는 것도 정상이라고 그러더라. 그러면서 동생이 게임 진짜 잘한다고 이제 한 달에 몇백도 번다나? 앞으로는 프로게이머가 될 거라고 나보다 낫대.” “헛소리 좀 작작 하시라고 해.” 성보람이 욕을 내뱉었다. “지금 게임을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 프로게이머가 되는 사람이 몇이나 돼? 몇백 버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해? 그 정도는 계정 몇 개만 팔아도 벌겠다.” 여민지는 눈가의 눈물을 닦고 입술을 꾹 깨문 채 천장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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