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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아침 햇살이 나무 창살 사이로 스며들어 바닥 위에 흔들리는 빛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민설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잠시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지 못한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이곳이 산속 산장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곳의 아침은 놀라울 만큼 고요했다. 멀리서 소나무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만 공기를 살짝 흔들고 있었다. 민설아는 겉옷을 집어 걸치고 문을 열었다. 얼음 같은 맑은 공기가 한꺼번에 들이쳤고 폐 깊숙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문 위 나무 처마 아래에는 작은 풍경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솔방울과 개암나무 껍질로 만든 풍경은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것들이 서로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냈다. 이 풍경은 며칠 전, 주승민이 말없이 걸어 두고 간 것이었다. 민설아는 문을 열다가 유연히 처음 발견했다. 민설아는 손끝으로 살짝 풍경을 건드렸다. 솔방울이 가볍게 흔들리며 딸랑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맞춰 민설아의 입가도 조금 올라갔다. 주승민이 살고 있는 방은 민설아와 멀지 않았다. 작은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맞은편에 있었다. 아침마다 민설아는 그 언덕 위에서 움직이는 커다란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두툼한 솜옷에 목도리를 칭칭 감은 채, 주승민은 이른 시간부터 눈밭 위에서 몸을 풀었다. 상체를 숙였다 일으키며 숨을 고르다가, 어느 순간에는 맨손으로 묵직한 품새를 이어갔다. 또 어떤 날에는 허리춤에서 사냥칼을 꺼내 들고 조용히 동작을 반복했다. 사냥칼은 주승민의 손에서 생명을 얻은 것처럼 빛났다. 아침 햇빛을 가르며 휘돌 때마다 칼날이 은빛 곡선을 그렸다. 민설아는 창가에 서서 주승민의 모습을 종종 지켜보곤 했다. 연습을 마치고 주승민이 이쪽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 민설아도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넨 뒤 하루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 말을 많이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일정 시간이 흐르자, 민설아는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승민 씨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주승민은 산을 타고 내려올 때마다 장작을 한 아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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