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소이현이 말했다.
“그건 너무 무례하지 않을까?”
박지연이 답했다.
“날 만나겠다는 건 분명 무슨 목적이 있어서야. 서로 알아보는 건 당연한 거지. 몇 년 동안 사회생활을 해본 경험으로 볼 때 이름을 밝히지 않으려는 사람은 너처럼 진짜 대단한 사람이 아니면 있어 보이는 척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야. 내 보기에는 후자일 가능성이 훨씬 커.”
업무적인 면에서 박지연이 그녀보다 훨씬 경험이 많았기에 소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지연은 저녁에 약속이 있어 바로 가야 했다.
운전기사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이현이 입구까지 배웅해줬고 차에 타기 전 박지연이 말했다.
“이현아, 넌 지금 집, 차, 적금도 있고 좋아하는 일도 하고 있어. 네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난 네가 잘 되리라고 믿어. 우리 같이 부자 되자.”
지극히 평범한 말이었지만 소이현은 왠지 모르게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잠시 침묵하다가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같이 부자 되자.”
박지연은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녀가 떠난 후 소이현은 의외로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레이싱 경기장에서의 불쾌했던 일들도 더 이상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
기분이 좋아진 소이현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마트로 향했다.
띵.
7동 꼭대기 층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소이현이 식재료로 가득 찬 봉지를 들고 내렸다.
한 층에 두 가구뿐이었는데 그녀의 집이 1호였고 이웃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늘따라 옆집 문이 열려 있었고 집주인이 배달 음식을 받고 있었다.
평소에는 마주칠 일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웃끼리 만난 이상 소이현은 간단히 눈인사라도 건넬 생각이었다.
배달 기사가 돌아선 순간 소이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녀의 옆집에 사는 사람이 바로 권승준이었던 것이다.
경기장에서 그를 만난 것도 우연이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이웃이라니.
소이현은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정말 권승준이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비닐봉지를 꽉 움켜쥐었다.
권승준은 검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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