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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소이현은 무엇이든 배우는 속도가 빨랐고 그림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난 그녀는 공간의 확장성이나 대칭미가 느껴지는 수묵화를 즐겨 그렸다. 그런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수학 공식이 떠오르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나무 그리는 것을 유달리 좋아했다. 어릴 적 장난기가 심했던 소이현은 양홍민의 작품을 슬쩍 가져오곤 했는데, 지금 화실에도 양홍민의 그림이 여러 점 걸려 있었다. 소이현은 그림을 배울 때도 사흘은 열심히 하다가 이틀은 쉬는 식으로 설렁설렁했던 데다가 워낙 말썽부리는 걸 좋아했다. 결정적으로 당시 그녀는 관심 있는 분야가 너무 많아 모든 에너지를 그림에만 쏟을 수 없었다. 양홍민은 소이현이 너무 거칠고 마음을 잡지 못해 대성하기는 글렀다고 판단했고 결국 더는 가르치지 않기로 했다. 소민찬은 보면 볼수록 웃음이 났다. “누나, 그 노인네 그림을 훔쳐다가 이렇게 오랫동안 숨겨놓은 거야? 나중에 노인네가 알고 따지러 올까 봐 무섭지도 않아?” 수량도 꽤 많아서 시장에 내다 팔면 그녀가 가진 소형 슈퍼컴퓨터 값을 벌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분도 다 알고 눈감아주신 거야. 그냥 선물로 주신 셈 치는 거지.” “자기합리화는 참 잘해. 그 노인네는 애초에 누나를 별로 안 좋아했어. 진작에 누나를 잊었을걸.” 아마도 함께한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소민찬과 소이현 사이의 거리감은 한결 가까워졌다. 소이현의 이런 못된 모습이 떠오르자 그는 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칭찬을 건넸다. “지금은 제법 잘 그리네.” 소이현은 칭찬을 듣자 기분이 좋아졌다. “고마워.” “언제부터 다시 그리기 시작한 거야?” “몇 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차분해져.” 소민찬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지난 몇 년간 그녀의 마음이 어지러웠던 건 분명 강도훈 그 개자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이현이 과거를 언급할 때마다 정색하며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마치 강도훈이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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