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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나는 회사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당분간은 기존 사업 구조에 손대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해븐 패션과의 협력도 자연스럽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문제가 터질 줄은 몰랐다. “납품일이 사흘 뒤였죠?” 나는 최유정이 가져온 서류를 들여다보며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최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늘 사전 납품을 원칙으로 해서 단 한 번도 납품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죠. 그런데 이번엔 물건을 죄다 반품당했어요. 지금 담당자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만나보실 건가요?” “들여보내 주세요.”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제품팀의 중간 관리자쯤 되는 사람이었다. 오늘 오전 임원진 회의에서 보지 못했던 얼굴이었다. 그녀는 단정하고 노련한 인상이었다. 오랜 시간 이 회사에서 일해왔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영미와도 사이로 보였다. 사무실로 들어오며 이영미와 마주치자 두 사람은 짧은 미소를 주고받았다. 곧 그녀는 바르게 자세를 고치며 내게 보고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는 제품팀 영업 매니저 이연수입니다. 해븐 패션과의 거래는 계속 제가 맡아왔습니다.” “그저께 공장에서 제품 생산을 마쳤고 어제는 제가 직접 품질 검수를 했는데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오늘은 납품을 위해 해븐 패션으로 갔었고요.” “그런데 도착하니 기존에 거래하던 담당자가 아닌 새로 온 사람이 무작위 품질검사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연히 응했는데 제품 한 벌을 골라 실밥이 조금 나온 걸 흠이라고 우기더니 저희 제품 전체에 품질 문제가 있다고 반품을 통보했습니다. 거기다 위약금까지 요구하더군요.” “그래서 즉시 회사로 돌아와 대표님께 보고드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녀의 말을 모두 들은 나는 찡그린 미간을 펴지 못한 채 물었다. “제품은 사전 검수했었죠?” “대표님 지시에 따라 항상 출고 전에 검수하고 있습니다. 이게 그 검사 보고서입니다.” 나는 서류를 들여다봤다. 품질 쪽은 잘 알지 못했지만 합격이라는 글자는 분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연수는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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