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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소용없어요.” 윤시원은 고개를 숙였다. “저는 여자예요. 애초에 재산을 물려받을 자격조차 없어요. 설령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이 마을 사람들은 제 편을 안 들어줄 거예요.” 이 마을 사람들에겐 아직도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남자가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 아들이 없는 집안은 버림받은 것이라는 관념, 그리고 그녀처럼 외딴 여자아이 하나가 무슨 힘이 있냐는 시선들... “저런 사람들은 시원 씨의 편을 들어준다고 해도 다 소용없어요.” “지금 당장 여길 나가서 다시는 저 인간들 보지 말고 살아요. 소송은 변호사가 맡고 시원 씨는 더 이상 이 집구석과 엮일 필요 없어요. 다시 제원으로 돌아가요. 시원 씨가 원하는 삶과 미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여기서 이렇게 갇혀서 인생을 끝낼 필요 없어요.” 윤시원은 눈물이 고인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진 선생님... 저 정말... 괜찮을까요?” 이 며칠 동안 쏟아진 모욕과 폭언,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던 상처들이 그녀를 너무 작게 만들었다. 이제 내가 겨우 손을 내밀었을 뿐인데도 그녀는 주저했다. 자신이 그런 손을 잡을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하면서 말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니 난 가슴이 더 아팠다. “당연히 괜찮죠. 시원 씨는 대학도 나왔고 세상 밖에서 뭘 배워야 하는지도 아는 사람이에요. 시골 출신이란 이유로, 여자란 이유로 이렇게 갇혀서 인생을 살 이유는 없다고요.” 나는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요. 저랑 함께 가요.” 이번엔 그녀도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고 나는 그녀를 가볍게 당겨 일으켰다. 차는 마을 입구 큰길가에 세워 두었기에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함께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하필 또 그 여자가 길목에서 나타났고 우리를 보더니 눈에 불을 켜고 소리쳤다. “저놈은 누구야? 남자를 끌고 오다니 이제 아주 집안 망신을 줄 작정이냐 이년아!” 여자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고 마치 흥분한 황소처럼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윤시원은 그 손이 올라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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