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이 모든 걸 해결하려면 다시 나와 잘되는 수밖에 없었다. 내 집안의 배경을 생각하면 이런 유언비어쯤은 얼마든지 깨끗이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건우는 강윤서에게 제안했다. “우리 제원에서 떠나자. 해외로 가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 하지만 강윤서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수년을 살아온 그녀에겐 이 도시가 곧 세상의 전부였기에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며칠 사이 그녀는 여러 번 날 찾아왔다. 갈수록 싸늘해지는 내 반응과 결국엔 다른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난 뒤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찼다. ‘왜?’ 그녀는 납득할 수 없었다. 내 눈엔 언제나 자신만 있어야 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빨리 다른 여자를 품에 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도 안 돼. 나랑 헤어지더라도 다른 여자 품에 들어가선 안 됐어.’ 그녀는 절망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 갑자기 몸을 휘청이며 쓰러지는 척했다. “아...”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이건우가 급히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강윤서는 그 틈을 타 이건우의 팔을 꽉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물이 그의 소매를 적셨고 이건우는 깊은 연민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강윤서는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이건우를 따돌린 그녀는 조용히 전화를 걸었다. “준호 씨...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전화를 받은 허준호는 깜짝 놀랐다. “윤... 윤서 씨? 네, 말씀하세요.” “요즘 떠도는 얘기는 다 거짓말이에요. 그날 저한테... 약을 먹였던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현이랑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우현이는 다른 여자랑 동거를 시작했어요.” “뭐라고요? 그럼 진우현이 먼저 바람피운 거예요? 그뿐 아니라 폭력까지?” 강윤서는 흐느끼며 속삭였다. “증거는 없어요. 하지만 그 여자는 그의 환자였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허준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딴 놈이 윤서 씨한테 한 짓을 다 뒤집어씌우다니... 말도 안 돼요! 윤서 씨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