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허준호가 갑자기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척하자 나는 조금 당황했다.
“과장님이... 네 아빠라도 돼?”
“진우현!”
과장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원장님도 너 싫어하는 거 모르지? 넌 대체 왜 이리 사람을 잘도 적으로 만드냐?”
그러자 나는 차갑게 웃었다.
“남이 저한테 먼저 손대지 않으면 나도 안 건드립니다. 내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게 뭐 그렇게 큰 죄입니까?”
나는 과장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는 아마 내가 병원에 막 들어왔던 몇 년 전 일을 잊었을 것이다.
그때 난 고작 인턴이었지만 담당 교수를 자기 과에서 쫓아낼 정도였고 지금은 그때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런 그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
과장은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오해해서 미안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기면 함부로 남한테 누명 씌우기 전에 한 번쯤은 확인해 보세요.”
과장은 눈을 부릅떴지만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손을 휘저었다.
“됐고요. 이제 다들 나가세요. 이 좁은 사무실에 다 몰려 있으니 숨 막혀요.”
과장은 억지로 말을 참은 채 떠나기 직전 나를 째려봤다.
“내가 예전에 말했지. 너 같은 성격은 언젠간 다 등을 돌리게 돼 있을 거라고.”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전혀 상관없어요.”
나는 최고 의대 출신이고 이 병원에서 나간다 해도 날 데려갈 병원은 넘쳐날 거고 게다가 수천억짜리 가업도 이어받을 사람이니 내가 저 사람들 눈치 볼 이유는 없었다.
‘우습네.’
다들 나가고 난 뒤 간호사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영상 안 남겼으면 어떻게 설명했을지... 진 선생님, 진짜 고생 많으세요.”
다른 의사들은 수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일하는데 나는 벌써 두 번이나 잘못된 약 처방 누명을 쓸 뻔했고 두 번 다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였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
“저는 그냥 의사예요. 제가 책임져야 할 건 오직 환자뿐이에요. 나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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