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그래 시원아, 난 이놈 아버지야. 뭐... 아직은 아버지까진 좀 이르니까... 일단 아저씨라고 불러줘.”
아버지는 얼굴이 해처럼 밝게 웃고 있었고 장담하건대 내가 태어났을 때도 저렇게 활짝 웃은 적은 없었다.
“아저씨.”
윤시원은 주변에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둘러보고 있어서 더 긴장한 듯했지만 내가 전에 해준 말을 떠올린 듯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숙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 처음 만났는데 아저씨가 마땅히 챙겨줄 건 없고... 이거라도 받아둬.”
아버지는 말 끝나자마자 두툼한 봉투 하나를 그녀 손에 쥐여줬다.
두께만 봐도 적어도 200만 원은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윤시원이 급히 거절하려 하자 내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별거 아니야. 받아.”
그제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이놈이 혹시라도 너한테 못되게 굴면 아저씨한테 바로 말해. 내가 아주 혼쭐을 내줄 테니까.”
우리 가족이 이야기 나누는 동안엔 다른 사람들도 조용히 배려해 줬고 내가 가져온 선물을 아버지께 전달하고 몇 마디 인사를 마친 뒤 나는 윤시원의 손을 잡고 거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아버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이가 우리 며느리야.”
고개를 돌려보니 윤시원의 얼굴이 이미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오늘은 아버지의 생신이니 외아들인 나도 챙길 일이 많았다. 결국 윤시원은 어머니께 맡기고 나는 다른 손님들을 상대하러 바쁘게 움직였다.
다행히 어머니는 그녀를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라 걱정은 없었다.
나는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윤시원은 어느새 어머니와 다른 부인들 틈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들에 정신이 없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자신에게 쏠리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저, 우리 집은 시골이에요... 부모님은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요... 지금은 큰아버지랑 살고 있고 다른 친척은 없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배경이 탄탄해 보였고 윤시원 같은 시골 출신은 상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