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내가 그녀의 말을 끊자 윤시원이 고개를 들어 눈시울을 붉히며 나를 바라봤다.
보다 못한 최유정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많은 회사에 이런 암묵적인 규정이 있어요. 신입 인턴은 잡일을 해야 하고 다들 그렇게 부려 먹는 분위기죠. 저도 예전에 다른 회사에서 인턴 했을 때 똑같았어요...”
이 비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사실 업계에서 일종의 불문율처럼 여겨지죠.”
모두가 실습생을 ‘잡일 담당’으로 여긴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실습생 때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냐. 다들 당했는데 왜 너만 예외야?”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입을 열었다.
“그건 회사의 공식 규정도 아니고 있어서는 안 될 관행입니다.”
윤시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에게 회사 생활에 대한 불평을 한 적이 없었다.
물어보면 늘 “잘 지내고 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오늘 이 일을 겪고 나니 그녀가 마냥 잘 지내고 있었던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윤시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회사에서 시원 씨가 심부름을 안 했다고 해고하지 않아. 우선 맡은 일만 제대로 하면 돼. 그 외의 것들은 신경 쓰지 말고.”
윤시원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작고 미약한 목소리에 얼굴은 여전히 기운이 없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밥 먹어. 더 있다가는 정말 다 식겠어.”
식사 후, 윤시원은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고 떠났다.
나와 최유정 그리고 이 비서도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내 머릿속엔 여전히 그 일이 떠나지 않았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늘 경쟁이 생기고 그 안에서 조직 문화라는 게 형성되죠.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이영미가 내 고민을 읽은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서 옳은 건 아니잖아요.”
내 말에 그녀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분명 바람직한 문화는 아니죠.”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죠? 오늘처럼 대표님이 도와주신 건 좋아요. 하지만 그 친구가 다시 출근하면요? 결국 또 눈치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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