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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강윤서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마치 지난 일을 새까맣게 잊은 듯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우현 씨, 우리 웨딩촬영하러 가자. 결혼식 날짜까지 다 잡았는데 이제 그만 화 풀어.” 강윤서가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내가 투자를 철수해서 강원 그룹이 위기에 놓였다는 걸 설명한다. 그녀는 영원한 이익 지상주의니까. 나는 침착하게 듣고 있다가 대답했다.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 전에 나는 웨딩촬영 때문에 그녀를 세 번이나 찾아갔지만 번마다 각종 이유로 약속을 펑크냈다. 처음엔 출장, 두 번째는 아주 중요한 협력 건 미팅, 세 번째는 그녀의 요구대로 야외촬영까지 다 잡았는데 또다시 펑크냈다. 나는 세 시간 동안 비를 쫄딱 맞고 크게 앓아누웠다. 그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나를 보러 온 적이 없다. 전화를 끊은 후 나는 곧게 진찰실로 들어갔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휴대폰을 꺼냈더니 탐정이 메시지를 한 통 보내왔다. 강윤서는 나랑 웨딩촬영을 하긴커녕 이 기회로 이건우와 데이트할 뿐이었다. 사진 속 그녀는 스튜디오에서 이건우와 대놓고 스킨쉽을 해대고 있었다. 퇴근 후 나는 스튜디오가 아닌 집으로 향했다. 이때 강윤서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지금 널 몇 시간이나 기다렸는지 알아? 여기서 세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와? 약속 펑크내는 게 재미있어?” 그녀가 분노 조로 외쳤다. 내가 약속을 펑크내서 쪽팔렸나 보다. 한편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에게 답했다. “너무 재미있네. 이래서 너도 예전에 세 번이나 펑크냈구나.” 별안간 강윤서는 말문이 막혔다. 다만 전화기 너머로 누군가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윤서야, 이리 와봐...”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건우였다. “강윤서, 네가 스튜디오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 거야.” 탐정이 말하길 강윤서는 30분도 채 안 돼서 이건우와 함께 떠났다고 한다. 강윤서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 전화기 너머로 잡음이 줄어들었다. 그녀가 한적한 곳으로 옮긴 모양이다. “그럼 내일 다시 찍자, 제발!” 강윤서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아무 대답 없이 전화를 끊었다. 탐정한테서 또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강윤서가 이건우와 함께 바에서 실컷 놀고 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문밖을 나섰더니 강윤서가 떡하니 와 있었다. “오늘 촬영 예약 다 잡았어. 병원에 휴가 내.” 이건 상의가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다. 그녀는 말하면서 내 팔짱을 끼려고 했다. 나는 슬쩍 피하며 그녀를 스쳐 지나가려 했는데 강윤서가 강제로 내 앞을 가로막았다. “결혼식이 코앞인데 웨딩사진이 없는 게 말이 돼?” 아예 헤어지자는 나의 말을 무시해버렸다. 아직도 내가 저를 좋아하는 줄 알고 절대 헤어질 리가 없다고 믿나 보다. 또한 오늘 웨딩촬영은 무조건 찍어야 할 기세였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나긋하게 말했다. “우현 씨, 딱 하루면 돼.” 나는 끝내 함께 찍어주기로 했다. 가는 길에서 강윤서가 은근슬쩍 나를 떠보았다. “진영 그룹에서 요즘 어떤 학교에 투자했다고 하던데 갑자기 웬 학교? 그런 건 별로 돈이 안 되잖아.”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난 회사에 이름만 걸어뒀을 뿐 투자에 관한 일은 내 담당이 아니야.” 강윤서는 운전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사실 우리 병원 연구 프로젝트도 참 좋은데. 일단 연구에 성공만 하면 무조건 상을 탈 수 있고 진영 그룹도 손해 볼 리 없어. 아저씨한테 한 마디만 해주라. 널 엄청 아끼시잖아. 네 요구라면 다 들어주실 거야.” 나는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그럼 정부 허가 문서부터 가져와 봐. 그리고 계약서 체결해. 계약서도 없이 왜 너한테 투자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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