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7화

나는 직설적으로 쏘아붙였다. “진영 그룹은 회사야. 자선단체가 아니라! 아니면 가서 돈 좀 빌려볼래? 나도 궁금하거든. 과연 어느 은행에서 강원 그룹에 돈 빌려줄까?” 강원 그룹 산하에 있는 사립병원은 한때 큰 물의를 빚었다. 싼 가격에 저질 약을 들인 탓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병원의 평판도 크게 떨어졌다. 현재 병원 여러 채가 문을 닫았다. 강윤서가 갑자기 웨딩촬영을 부추기고 다음 순서는 혼인신고가 되겠지. 우리가 결혼하면 그녀는 진영 그룹의 명의를 빌려서 은행 대출을 하고 강씨 가문에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일부 병원을 먼저 지켜내고 나중에 나의 연구 결과가 성과를 얻게 되면 다시 재기할 계획임이 틀림없다. 전생에 나의 연구 성과가 크게 성공한 덕분에 강원 그룹이 순식간에 기사회생했다. 강윤서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며 미처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한참 후에야 간신히 말했다. “우현 씨 예전에 이렇게 각박하게 굴지 않았잖아.” “그건 그때고.” 나는 눈을 감고 더 이상 약 오른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30분 후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우리가 미처 들어가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어들? 웨딩촬영 하게?” 이건우를 본 강윤서는 두 눈이 반짝였다. 한편 나는 옆에 서서 아무 말도 안 했다. “여기 건우 친구네 가게야. 얼른 들어가자. 할인도 가능하대.” 나는 굳이 둘의 계략을 까발리지 않고 무심코 안으로 들어갔다. 중도에 병원 전화를 받았는데 환자 상태가 악화하여 응급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간단히 분부를 마치고 탈의실로 들어가다가 마침 강윤서의 드레스 지퍼를 올리는 이건우를 보게 됐다. 그녀는 새하얀 등을 이건우에게 훤히 드러냈고 이건우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 둘은 꼭 달라붙어서 야릇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정장으로 갈아입은 이건우는 강윤서와 나름 잘 어울리는 저질 남녀 커플이었다. 옆에 있던 종업원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신부님 이 드레스가 너무 잘 어울리시네요. 두 분 선남선녀 커플이에요!” 강윤서는 수줍은 듯 웃으며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이건우도 쑥스러운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이거로 할까? 네 피부톤을 너무 잘 살려주는데?” 강윤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연남 주제에 뭐가 이렇게 당당하지?” 종업원이 화들짝 놀라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건우는 표정이 얼어붙더니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너 대신 옷 좀 입어본 것뿐이야. 윤서 드레스랑 어울리는지 보려고 그랬어. 너무 신경 쓰지 마.” 뒤이어 또 한마디 보탰다. “윤서가 널 아주 많이 좋아해.” 그는 딱딱하게 뒤에 서서 서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바로 가서 갈아입을게.” 강윤서는 이건우가 속상해하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를 힘껏 째려봤다. “건우는 내 친구야. 말 좀 가려서 하면 안 돼? 사람 존중해줄 줄도 몰라?” 그녀는 또다시 다정한 눈길로 이건우를 쳐다봤다. “내가 대신 사과할게. 너무 마음에 새겨두지 마.” 내 앞에서 알짱거리는 두 사람이 실로 역겨울 따름이었다. 나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친구든 뭐든 내가 알 바 아니고 지금 당장 병원 돌아가야 해. 너희랑 유치한 장난 할 새가 없어!” 이건우는 오늘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다. 내가 떠나간다고 하니 그가 문득 소리쳤다. “지금 혹시 질투하는 거야? 나 윤서랑 진짜 아무 일 없어. 윤서가 널 많이 좋아한다니까! 제발 나 때문에 싸우지 마.” 나는 고개를 돌리고 그를 쳐다봤다. “질투? 누구? 너를? 말하기 전에 거울 좀 봐. 네가 그럴 급이나 되는지 말이야!” 이건우의 표정이 확 얼어붙었다. 강윤서도 미간을 구기고 나를 째려봤다. “말끝마다 강윤서랑 아무 사이 아니라면서 항상 옆에 들러붙어서 내연남 노릇이나 하고 있잖아. 가지가지 한다 진짜!”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다가 문득 약지에 낀 반지가 눈에 띄었다. 어쩐지 종업원이 오해하더라니, 강윤서의 손에도 똑같은 반지가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코앞에서 ‘결혼반지’까지 끼고 다니다니, 참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나름 잘 어울리는 둘의 패션에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웨딩촬영은 천천히 해. 그럼 난 이만!” 이때 강윤서가 달려 나오며 나를 잡아당겼다. “네가 다 떠난 마당에 무슨 웨딩촬영이야?” “나랑 결혼하는 건 알긴 아네? 난 또 둘이 결혼반지까지 맞췄길래 깜빡했나 해서. 우리 아직 혼인신고도 안 했는데 대놓고 쟤랑 껴안고 키스질이야? 나중에 결혼하면 대놓고 신혼 방 침대까지 뒹굴겠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