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8화

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며 질문을 쏘아붙였다. 강윤서는 어떤 질문이든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더니 마침내 손을 내려놓고 반지 낀 오른손을 뒤로 숨겼다. 이제 감히 나랑 눈도 못 마주쳤다. 실은 나도 결혼반지를 선물했지만 강윤서가 단 한 번도 착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저 아이러니할 따름이지. 강윤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이 반지 오래 껴서 적응했을 뿐이야. 뭘 이런 사소한 거로 예민하게 굴어? 방금 네가 한 말들 나랑 건우 굴욕 주는 것밖에 더 돼? 우리가 함께한 지 몇 년인데 아직도 날 그 정도로밖에 생각 못 하는 거야? 우현 씨 진짜 실망이다.” 나는 기가 차서 실소를 터트렸다. 하마터면 그녀에게 박수를 쳐줄 뻔했다. 외도를 이렇게 참신한 화법으로 말하는 건 아마 강윤서가 처음일 듯싶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이건우를 얼핏 보았는데 눈가에 의기양양한 기색이 어렸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강윤서를 쳐다봤다. “마음대로 지껄여. 어차피 난... 너랑 결혼 안 할 테니까.” 순간 그녀는 사색이 되었다. 다만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스튜디오를 나섰다. 병원에 돌아오자마자 진찰실에 들어갔는데 곧장 위급 환자가 한 명 실려 왔다. 들것에 누워있는 여자를 본 순간 나는 동공이 살짝 떨렸다.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두근거림과 죄책감이 온몸을 감쌌다. 윤시원은 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등장했다. “이 환자분 중도에 심정지를 두 번 일으켰어요. 심인성 심장병이라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해요.” 나는 주먹을 다잡고 나직이 말했다. “수술실로 데려가요.” 수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좀전의 의사가 한 마디 더 보탰다. “환자분 상태가 줄곧 안 좋았어요. 이미 많은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거든요. 진 선생님, 이번엔 제발 꼭 좀 부탁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생의 기억이 마구 솟구쳤다. 윤시원의 모든 증상이 뼛속 깊이 각인되어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한 번 더 자세하게 물었다. 전생에 수술 과정에서 줄곧 강윤서만 생각하다가 심란한 마음에... 결국 수술 도중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아빠는 거금을 들여 이 사건을 덮었고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 윤시원이 더 추궁하지 않았다. 그녀는 목숨은 건졌지만 그 사고로 후유증을 남겼다. 심장병은 더욱 심각해졌고 또한 심장이 심하게 손상되어서 5년밖에 살 수 없게 되었다. 수년간 환자를 치료하면서 그 일이 내게 유일한 마음의 병으로 남았다. 그녀는 묵묵히 수술실에 누워서 얼굴은 마치 시든 장미처럼 창백할 따름이었다. 간호사는 나의 분부대로 먼저 응급치료를 해주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손을 다잡았다. “윤시원 씨, 날 믿어요. 수술 꼭 성공할게요!” 윤시원은 혼미상태에 빠지진 않았다. 극심한 고통에 여느 때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었다. 그녀는 간신히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잠 자고 일어나면 다 나을 겁니다.” 이번 수술은 무려 다섯 시간 남짓 진행되었다. 수술을 마친 후 의료진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와 동시에 피로가 쌓였다. 조수가 옆에서 내게 물었다. “이번 수술 유난히 긴장됐어요. 선생님 이 환자분 각별히 신경 쓰시네요?” 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묵묵히 생각했다. ‘내가 유일하게 신세 진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수백 번 메스를 잡아도 이번만큼은 긴장해질 수밖에 없어.’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그녀에게 후유증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엔 수술이 정말 성공적이었다. 그저 마취가 안 풀려서 그녀가 아직 깨나진 못했다. 나는 줄곧 병상 옆을 지켜 주었다. 창백한 얼굴에 작은 체구, 많이 불편한 건지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약해졌다. 전생에 모두가 날 싫어하고 외면할 때 오직 윤시원만 꿋꿋이 믿어주었다. 그녀는 나의 연구 성과를 굳게 믿으면서 분명 내가 사기를 당한 거라고 주장했다. 아쉽게도 우리 모두 증거를 수집하지 못했다. 강윤서는 내가 저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모든 연구 성과를 일찌감치 이건우에게 건넸다. 그녀를 너무 믿은 내 잘못이지... 결국 나는 ‘자업자득’으로 철저히 배신을 당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