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윤시원이 잔뜩 들떠 있었기에 괜히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어 나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그녀가 밥을 사겠다고 했을 때는 평소 그녀가 자주 간다는 평범한 식당 정도를 떠올렸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윤시원이 예약해 둔 곳은 내가 종종 찾던 고급 레스토랑이었고 이곳은 1인당 식사 가격만 해도 20만 원에서 40만 원은 족히 나오는 곳이었다.
나에겐 큰돈이 아니었지만 윤시원에겐 얘기가 달랐다.
그 돈이면 그녀의 반 달 치 월급이었다.
단 한 끼 식사에 그런 금액을 쓰기엔 아무리 봐도 너무 사치스러워 나는 그녀를 말렸다.
“여긴 좀 무리이지 않을까?”
레스토랑 간판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순간 주춤했다.
하지만 윤시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깨에 멘 크로스백을 툭툭 두드렸다.
“나 돈 있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고 그러다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내가 강윤서에게 밥을 사준 적은 많았지만 그녀가 나에게 밥을 사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내가 먼저 밥을 먹자고 하면 꼭 선물이나 송금을 먼저 해줘야만 만나주곤 했었다.
그런데 윤시원은...
생각을 접고 안으로 들어서려던 찰나 윤시원이 누군가에게 부딪혀 비틀거렸고 다행히 내가 얼른 붙잡아 넘어지지 않았을 수 있었다.
앞에는 건방진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자신이 사람을 들이받아 놓고도 사과는커녕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눈은 장식이야?”
“지금 그쪽에서 들이받았잖아요. 사과하세요.”
나도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사람을 들이받고도 저리 뻔뻔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 남자는 나이가 어려 보였고 차림새로 봐선 금수저 티를 잔뜩 낸 인간이었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 정장은 입었지만 와이셔츠 단추는 활짝 풀어 헤쳐져 있었다.
“감히 나한테 사과하라 마라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곧 윤시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눈엔 노골적인 탐욕이 담겨 있었다.
“와, 이거 꽤 괜찮은 애잖아? 이렇게 하자. 나한테 뽀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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