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화
나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서씨 가문을 그렇게 감싸면서도 나에게는 더러운 물을 끼얹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는 걸.
나와 고하준이 손을 잡고 고성 그룹을 해치려 한다고 주장하다니?
나는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지금은 하준이가 너보다 훨씬 사람답다.”
나는 말을 내뱉다가도 울컥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을 이겨내려고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지금 내 손에는 검사 결과가 들어 있는 가방이 들려 있었다.
아직도 뻔뻔한 얼굴을 하고 내 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됐다.
난 혹시라도 눈치챌까 봐 급히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지만 고수혁이 갑자기 내 손목을 꽉 잡더니 물었다.
“왜 그래?”
“괜찮아.”
담담하게 말했지만 속에서 올라오는 메스꺼움은 도저히 숨기기 어려웠다.
고수혁 역시 내가 참는 걸 알아챘는지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만 물어볼게. 오늘 산부인과는 왜 갔어?”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난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생리주기가 고르지 않아서 치료하려고 간 거야. 오히려 내가 묻고 싶네. 너는 서아현 씨랑 왜 산부인과에 갔었어?”
“그건 아현이의 사적인 일이야. 너랑 아무 상관 없어.”
이렇게까지 서아현을 감싸는 고수혁에게 난 임신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성격상 서아현이나 다미가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내게 아이를 지우라고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아이를 가진 걸 빌미로 평생 고씨 가문이라는 ‘감옥’에 가둬둘지도 모른다.
이윽고 내가 돌아서려 할 때,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서기훈 씨는 고성 그룹 심폐 보조 장치의 주 설계자야. 만약 서기훈 씨에게 문제가 생기면 출시 시기는 무기한 연기될 거고 네 어머니도 그 장치의 수혜 대상 중 한 명이잖아. 그러니까 잘 생각해 봐.”
솔직히 누구보다도 나는 그 장치가 빨리 출시되길 바랐다.
하지만 의료 연구 분야에 서기훈처럼 다른 사람의 노력에 끼어들어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도 사실을 폭로하지 않는다면 그는 앞으로 더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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