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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너 어제 일부러 나 보낸 거 아니야? 너랑 서아현 씨가 짜고 친 거 아니냐고.” “윤세영, 멋대로 추측하지 마!” 전민지는 벌컥 소리를 질렀다. “솔직히 말해줄게. 그 사람은 내 남자친구 여동생이야. 그게 다라고. 너한테 굳이 함정 팔 이유가 없어.” 나는 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나는 그녀의 부하도 아니고 사직까지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었으니 굳이 나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한마디만 해둘게. 서아현 씨는 내 남편의 불륜 상대야. 그러니까 앞으로 그 여자 관련 일 다시는 나한테 시키지 마.” 충격에 휩싸인 전민지의 표정을 외면하고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그러나 전민지는 내 사직서를 승인하지 않았고 회사의 규정상 무단 퇴사는 불가능하며 내가 제출한 모든 서류를 압류할 권리가 있다는 말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회사를 그만두지도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오전 근무를 빠진 탓에 밀린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나는 밤까지 야근할 수밖에 없었다. 본부장실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밤 아홉 시쯤, 일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을 때 전민지가 내 자리로 다가오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오후에 한 말, 진짜야? 서아현이 유부남이랑 불륜 중이라는 거?”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너희 둘 사이가 별로 안 좋은가 보네. 걔가 지금 누구랑 엮여 있는지도 모르는 거 보면.” 전민지는 코웃음을 치더니 팔짱을 끼고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걔 때문에 지금껏 결혼 못 한 거야. 진작 결혼했을 사이인데 그 애 때문에 계속 미뤄졌다고! 나도 이제 질렸어. 윤세영, 우리 손 잡는 건 어때? 어차피 적은 같잖아.” 그녀의 동맹 제안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싫은데?” 결국 전민지는 서아현과 한 가족이 될 사람이 아닌가. 지금은 서아현이 걸림돌일지 몰라도 어느 날 그녀가 전민지를 받아들이기라도 하면? 그때 나는 제물처럼 내던져질 게 뻔했다. 일을 마치고 가방을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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