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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라 밥을 지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하여 서랍에서 작은 빵 하나를 꺼내 대충 허기만 채우고는 전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걸었지만 그녀는 전화를 뚝뚝 끊었다. 계속해서 걸자 마지못해 받긴 했지만 목소리부터가 날카로웠다. “윤세영, 그만 좀 해! 저녁에 클라이언트 미팅 있다고 했잖아? 뭐가 그렇게 급한데, 지금 꼭 말해야 해?” 전민지의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했지만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 회사 그만두려고. 내일 내 기자증이랑 학위 증명서, 택배로 보내줘.” 입사 이후 기자증과 학위, 졸업 증명서 같은 서류는 인사팀에서 보관하고 있었지만 나는 직접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 꼴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특히 전민지나 회사 동료들한테는 더더욱. “뭐?” 전민지의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왜? 무슨 일이야?” “네가 더 잘 알겠지.” 나는 전민지와 서아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우연한 일이 있을까? 굳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아현을 픽업하러 나를 보냈다? 통화를 끝내고 나니 얼굴에 따끔한 통증이 퍼져 나는 거울을 꺼내서는 조심스럽게 반창고를 떼어냈다. 그 아래, 두 줄의 깊게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마치 이 결혼생활에서 내가 입은 상처를 그대로 형상화한 듯한 상흔이었다. 나는 평생 내 얼굴만큼은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았고 언제나 자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자신감조차 무너지고 있었다. 서아현이라는 존재는 내 모든 빛을 가려버렸고 이 집 안에서 내가 한낱 광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경찰서에서 대충 소독은 받았지만 괜히 덜 됐을까 불안해 나는 거울을 보며 조심스럽게 요오드 솜으로 상처를 닦았다. 혹시라도 덧나면 안 되니까. 바로 그때, 고수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거울 너머로 그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았고 그저 묵묵히 내 상처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그가 다가와 내 손에서 솜을 빼앗듯 가져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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