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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귀 옆으로 서아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혁 오빠... 나 가슴이 너무 아파... 심근염이 다시 도진 것 같아...” 그러자 고수혁은 그녀를 다급히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너무 놀랐던 거 아니야? 지금 당장 병원 가자.” 끝내 그는 피로 물든 내 신발 끝을 한 번도 보지 않았고 그저 서아현을 번쩍 안아 든 채 차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한참이 나는 지나서야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고수혁은 점점 멀어졌고 까만 코트 자락이 바람에 흩날리며 시야에서 사라져가더니 그의 차도 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발끝에서 번져오는 날카로운 통증에 다리가 풀려 나는 땅에 주저앉았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전신은 식은땀으로 젖었다. 조금만 더, 그 돌덩이가 한 치만 더 옆으로 떨어졌다면 아마 지금쯤 나는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고수혁은 내가 다친 사실을 단 한 번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때, 하늘에서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현장은 곧바로 작업이 중단됐고 모든 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해 순식간에 텅 빈 공사장에는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나는 빗속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휴대폰을 꺼내 구조 요청을 하려 했는데 하필이면 배터리가 다 닳아 전원이 꺼져 있었다. 하늘까지도 조롱하듯 끝까지 날 밀어붙였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나는 으슬으슬 떨며 이를 악문 채 팔로 스스로를 끌어안고 버텼다. 발끝에서 흘러나온 피는 빗물에 섞여 붉은 물줄기가 되어 신발 밑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원래도 빈혈이 심했는데 지금은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마저 흐려지기 시작했다. 의식이 점점 가물가물해질 무렵, 어디선가 눈부신 전조등 불빛이 빗속을 갈라내며 다가왔다. 그리고 이내 한 대의 검은색 벤틀리가 내 앞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건 젊은 남자였고 그는 우산을 펼쳐 들고 내게 다가오더니 물었다. “괜찮으세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나는 그 말에 멍하니 고개를 들고는 마치 마지막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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