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취재 장비를 꺼냈다.
그때 고수혁이 입을 열었다.
“이번 고성 그룹 산하 공사 현장에서 이런 큰 허점이 생긴 건 제 책임이 큽니다. 하지만 어제 사고가 터진 직후, 저는 즉시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 해결을 지시했습니다. 또 피해자 유가족에 대해서는 고성 그룹이 전적으로 보상과 정착을 책임질 것이며 절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그의 말은 단순히 나를 향한 해명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을 향한 선언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의 솔직한 태도와 빠른 대처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 고 대표님이야.”
“저렇게 책임감 있는 사람 처음 봐.”
나중에 나는 한 노동자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번에 현장에서 큰 소란 없이 상황이 빠르게 진정된 이유는 고성 그룹이 체불된 6개월 치 임금을 전액 지급했을 뿐 아니라 추가로 그만큼을 더 보상해줬기 때문이라고.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어제저녁,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그 노동자가 떠올랐다.
실제로 수억, 수십억 원쯤은 고수혁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나 그 돈은 누군가의 생명과 맞바꾼 결과였다.
그 사람이 떨어졌던 자리에는 아직도 붉은 자국이 또렷했고 말라붙은 핏자국이 눈을 찌를 듯 아프게 박혀 있었다.
바로 그때, 서아현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레드카펫이라도 밟듯 우아하게 차에서 내려왔고 공사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설마 진짜 서아현이야?”
“저런 대스타가 이런 데까지 오다니!”
그녀는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서아현입니다. 고 대표님과 함께 여러분을 위로하러 왔어요. 밀크티 간식을 가져왔는데 이거 드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네요.”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의 매니저가 준비해온 밀크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이런 데까지 와서 밀크티라니... 정말 품격을 따지는군. 차라리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사주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나?’
익숙하지 않은 맛에 몇몇 노동자들은 한두 모금 마시고는 곁에 내려두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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