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공사장에 있을 때, 그가 단 한 번이라도 나를 제대로 쳐다봤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서아현이 뒤쪽 파란 커튼을 젖히고 나왔다.
“수혁 오빠, 의사 왔어? 나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너무 불안해...”
고수혁은 그녀를 한 번 보고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아현이 진료 좀 봐주게 해줘. 심장 쪽 문제니까 잘못하면 생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거든.”
그런데 이 의사는 보통 강단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지 병원장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아무 말 없이 그냥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고수혁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의사로서 제 명예를 걸고 말씀드립니다. 서아현 씨는 아무 문제 없어요. 전에 앓았다던 심근염은 어릴 때 완치됐고 재발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불안하다면 그냥 말 한두 마디로 위로해주면 되는 거예요.”
그러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히려 지금 이 휠체어에 탄 분은 지금 당장 수술 안 하면 발가락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어요. 평생 장애인이 된다고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고수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급하게 달려온 간호사들이 나를 수술실로 밀고 들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인생에서 처음 받는 수술이라 겁이 났기에 가는 도중 나는 송미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후, 회사에도 휴가를 신청했다.
그렇게 수술실 문 앞까지 밀려왔을 때, 나는 생각도 못 했던 인물을 보게 됐다. 바로 고수혁이었다.
“방금 미경이한테 전화했으니까 굳이 여기 있을 필요 없어. 가서 서아현 씨랑 있어 주기나 해.”
내가 차갑게 말하자 고수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의사가 보호자 서명을 요청했어. 네 동료는 이미 돌아갔고.”
그 말인즉슨 지금 여기서 내 수술에 서명할 사람은 자기뿐이라는 뜻이었다.
‘날 여기로 데려와 준 성호 씨를 동료로 착각한 모양이군.’
그때 간호사가 수술 동의서를 들고 우리 앞에 도착했다.
고수혁이 펜을 들려는 순간, 나는 그 펜을 휙 뺏어 들고는 간호사에게 말했다.
“이 사람, 제 보호자 아니에요.”
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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