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화가 치밀어오른 나는 방금 수술을 받은 몸이라는 것도 잊은 채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결국 오른쪽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온몸의 균형이 무너졌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그 순간, 고수혁이 재빨리 내 허리를 감싸 안더니 이내 번쩍 안아 올렸다.
몇 번 몸을 버둥거려봤지만 막 수술을 마치고 나온 탓에 기운이 없어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렇게 고수혁은 나를 다시 침대에 눕혀놓았고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해 소리쳤다.
“왜 미경이한테 그런 짓을 한 거야?”
고수혁은 이불을 덮어주며 태연하게 말했다.
“우리를 이간질하려고 하더라고. 그 정도면 나름 점잖게 대처한 거야.”
“이간질?”
나는 그 말이 너무 가소로워 헛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사이는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졌어. 누가 뭘 이간질해? 고수혁, 너 진짜 너 자신이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나? 서아현 씨가 뭐, 우리 집에 마실이라도 나왔어?”
그는 여전히 그 차갑고 침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영아, 고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라면 포용력은 있어야지. 좀 더 관대하게 생각해. 그렇게 매번 아현이만 탓하지 말고.”
정말 지긋지긋할 만큼 지친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고수혁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희미하게 손강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는데 곧 고수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분명히 금요일에 계약서에 서명하기로 했잖아.”
상대방이 뭐라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고수혁의 목소리가 무척 무거워졌다.
“조사해. 그 사람들 뒤에 있는 실질적인 대표가 누군지. 고성 그룹을 상대로 펑크를 낼 정도면 제법 배짱 있는 놈이겠군.”
그 얘기를 듣는데 문득 오늘 병원으로 날 데려다준 그 남자가 떠올랐다.
‘도대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고수혁조차도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는데...’
고성 그룹은 해항시에서 이미 일류 대기업으로 인정받는 회사라 재계는 물론이고 정계에서도 고수혁 얼굴 정도는 봐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지금은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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