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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고하준의 눈빛이 가늘게 좁혀졌다. “딸? 누구랑 낳은 딸이라는 거야? 설마... 서아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쾅 하고 열렸다. 차갑고 날 선 기운이 한순간에 병실 전체를 뒤덮었다. 고수혁은 묵직한 발걸음을 내디디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에 고하준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특유의 반항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랜만이네. 내 사랑스러운 형.” “해외에서 조용히 처박혀 있어야 하는 네가... 무슨 용건으로 돌아온 걸까?” 두 사람의 사이는 어릴 때부터 최악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이기는 쪽은 고수혁 쪽이었다. 태생부터 ‘사생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자란 고하준은 성적도 능력도 고수혁만큼 인정받은 적이 없었다. 고씨 가문의 누구도 그를 기꺼이 받아들인 적이 없었고 그가 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원치 않았다. 게다가 예전에 고명훈의 이혼 문제로 강민숙이 학교까지 찾아와 난동을 부렸던 일도 있었다. 그때 그녀는 고하준을 남편이 바람나 낳은 사생아라며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설유나는 불여우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 이후로 고하준의 삶은 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묶인 듯,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수혁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제운시가 형 소유라도 돼? 난 이곳에서 쫓겨난 적도 없는데 왜 못 와? 그리고 할아버지 돌아가셨다며? 나랑 우리 엄마, 아직 절도 못 올렸어. 겸사겸사 마지막 인사라도 해야지.” “고하준, 네 신분 잊지 마. 돌아오겠다면 조용히 살아. 아니면 내가 직접 정리할 수도 있으니까.” 그 협박을 듣는 순간, 나는 가슴 한쪽이 저릿하게 조여오는 느낌이 받았다. 예전엔 고수혁이 나를 위해 고하준을 몰아붙일 때는 그저 통쾌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고수혁의 위협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오만한 시선이 나를 내려찍는 순간을 온몸으로 겪고 나니 고하준이 얼마나 숨 막히는 벼랑 끝에서 살아왔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 때문에 고하준이 다시 고수혁에게 찍히는 일만큼은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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